라운딩서 ‘뒤땅’쳐 한달 욱신… 추나치료 5분만에 온몸이 가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기자 체험 클리닉]<10>골프 통증 한방관리

본보 유근형 기자(앞쪽)가 김성삼 자생한방병원 운동재활치료실 팀장의 지도를 받아 밸런스 운동을 하고 있다. 물컹물컹한 패드를 밟고 스윙을 하면서 통증 부위를 온전히 느끼는 치료다. 몸의 균형과 통증 경감에 도움을 준다(위쪽 사진). 추나 요법을 하고 있는 박병모 병원장(아래쪽 사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본보 유근형 기자(앞쪽)가 김성삼 자생한방병원 운동재활치료실 팀장의 지도를 받아 밸런스 운동을 하고 있다. 물컹물컹한 패드를 밟고 스윙을 하면서 통증 부위를 온전히 느끼는 치료다. 몸의 균형과 통증 경감에 도움을 준다(위쪽 사진). 추나 요법을 하고 있는 박병모 병원장(아래쪽 사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보기 플레이(90타)는 하지요?” 초면이건 구면이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골프를 소재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보자는 심사일 터. 하지만 기자에겐 퍽 고통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골프 담당이던 2년 전 어깨 너머로 배웠지만 연습과 필드 경험 부족 탓에 아직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정적(?)으로 120개 칩니다”라고 웃어넘기지만 이럴 때마다 가슴이 쓰리다.》

‘골프와 자식은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명언을 가슴에 지니고 살던 5월. 오랜만에 찾아온 라운드 기회에 대형 사고를 냈다. 러프에서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공이 아닌 땅을 치면서(뒤땅) 골프채가 부러진 것이다. 부러진 채에 달린 헤드는 하늘로 올라갔다가 기자의 1m 옆에 떨어졌다. 하마터면 응급실로 실려 갈 뻔한 아찔한 상황.

멘털 붕괴를 반복하며 라운드를 마치자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욱신거렸다. 다음 날부터는 왼쪽 팔꿈치, 오른쪽 엄지발가락, 왼쪽 갈비뼈가 심하게 아팠다. 한 달가량 통증을 참다 26일 서울 강남구 자생한방병원 본원의 골프 클리닉을 찾았다. 주치의인 박병모 자생한방병원장 본원 원장은 몸 구석구석을 살핀 후 “아마추어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모든 것이 과한 힘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먼저 땅을 치면서 충격이 팔꿈치 안쪽(차려 자세에서 몸에 가까운 쪽)에 흡수됐는데, 그립을 너무 세게 잡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아픈 이유에 대해서는 채를 너무 세게 휘두르다 보니 임팩트(공과 채가 만나는 순간) 때 발가락에 무리가 갔다고 분석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증상도 발견했다. 척추 근전도 검사에서 오른쪽 경추와 왼쪽 흉추가 강하게 뭉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골프채를 뒤로 들 때(백스윙)와 휘두를 때(폴로스윙) 힘을 빼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박 원장은 “골프는 한쪽으로만 채를 돌리는 편측운동이다.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이 힘을 빼지 않으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추나요법(통증 부위를 밀고 잡고 당기는 방식의 전통 치료), 약침치료, 운동치료를 1주일에 2회씩 받으라는 처방이 나왔다.

먼저 추나치료 전용 침대에 누웠다. 박 원장은 기자의 팔 다리 몸통을 자유자재로 당기고 잡아당겼다. 5분 남짓한 추나 치료로 왼쪽에 비해 1cm가량 짧았던 오른쪽 다리 길이가 맞춰졌다. 어깨, 목, 골반의 틀어진 뼈들도 맞춰졌다. 뻐근했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박 원장은 “프로 선수들도 한 시간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5∼10분 추나요법을 받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들 하더라. 최경주 양용은 최나연 등 미국에서 뛰는 프로들도 한국에 올 때마다 찾아온다”고 말했다.

팔꿈치에는 염증을 줄여주는 신바로 약침을 맞았다. 한방에서 쓰는 일반 침과는 달리 신바로 주사액이 담긴 근육주사였다. 약 0.7cm 깊이로 바늘을 꽂고 팔꿈치를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침습도 진행했다. 박 원장은 “일반 침에 비해 염증이 생기는 경혈 부위 가까이 약을 주입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운동치료실에서는 밸런스 운동을 먼저 실시했다. 물이 들어있어 물컹물컹한 백을 밟고 골프채를 좌우로 흔드는 훈련이다. 프로 선수들도 겨울 전지훈련지에서 매일 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밴드를 잡아당기면서 팔꿈치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강화훈련도 했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10번씩 5세트를 하고 한결 수월해졌다. 박 원장은 “혹자는 아마추어 골퍼가 힘을 빼는 데 10년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 힘을 빼지 않으면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 고행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치의 한마디▼
“과한 스윙땐 근육 놀라… 라운딩前 스트
레칭 꼭 해야”

유근형 기자가 느낀 통증은 아마추어 초보 골퍼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한국 사람들은 서양인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하고,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자기 체격과 체력에 비해 과한 욕심을 부릴 경우 평소 잘 안 쓰던 근육이 놀라기 쉽다. 복근과 유연성이 뒷받침되는 프로 선수들은 문제가 없지만 아마추어에겐 무리가 될 수 있다. 유 기자는 박인비, 신지애 프로처럼 태음인의 체질을 가지고 있다. 하체가 발달됐지만 상체와 목 부위가 약할 수 있다. 스윙할 때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상체 근육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초보자라면 라운딩 한 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해 최소한 30분은 근육 곳곳을 풀어줘야 한다. 라운딩 전에 골프장에 미리 도착해 퍼팅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최소한 3, 4타는 줄이는 길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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