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하라고요?” 어느 날 난데없이 날아온 강권. 금연 프로그램이 있으니 체험을 하고 기사를 쓰란다. 물론 성공해야 한다는 조건. 기자는 20여 년 동안 하루 반 갑에서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웠지만 전혀 금연할 생각이 없는 애연가다. 간단히 말해 금연 의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어쩌랴…. 》
○ 될까?
첫날인 4월 8일, 진단을 받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폐센터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간단한 폐 기능 측정과 소변검사 결과 니코틴 수치는 1600대가 나왔다. 측정 최대치는 2000이며 흔히 ‘골초’들이 이 수치를 넘는다고 한다. 폐 상태는 양호.
담당인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는 상담 후 금연약을 복용하는 방법을 권했다. 금연 프로그램에는 약을 복용하는 방법,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방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약 복용이 임상실험 결과가 가장 좋고 부작용도 적다고 한다. 금연약은, 예를 들면 배고플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일시적으로 포만감을 느끼는 그런 역할을 한다. 니코틴 성분은 없지만 담배 맛을 느끼는 뇌세포에 마치 니코틴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 이 때문에 금단 증상이 덜 나타난다고 한다.
담배를 끊는 과정도 생각과 달리 겁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호라? 한 번에 끊는 게 아니라고?’
이 교수는 “다음 주 다시 올 때까지는 지금까지 피우던 대로 피우고 대신 약을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된다”고 했다.
상담을 끝내고 나오려다 혹시나 해서 “약 부작용이 정말 없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임상실험 결과 거의 없는데 졸리거나 특이한 꿈을 꿀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 또는 자살충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아니 자살충동?’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프로그램은 13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 금연은 되는데…
첫 1주일은 약은 먹었지만 담배를 줄이지 않은 탓에 아무 느낌이 없었다. 사실 이 기간은 약의 부작용을 보기 위한 것. 진짜는 이후부터 시작됐다. 2주간 평소 피우던 것의 절반가량인 하루 9개비로 줄인 것. 그 대신 약을 두 알로 늘렸다. 마음껏 피우다 양이 정해지니 조금 갑갑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착한 환자가 결코 아니었기 때문에 꼭 하루에 9개비만 피운 것은 아니다. 실제는 2, 3개비 정도는 더 피웠다고 하자 이 교수의 인상이 찡그려진다. 하지만 약 효과 때문인지 더이상 피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담배를 줄인 첫 주가 지난 뒤 니코틴 수치가 1600에서 1300대로 떨어졌다. ‘어라? 되네?’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고민이 많아 잠을 못 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낮에 졸리기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때문인 것 같다. 기분은 상당히 안 좋았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안 좋은 일이 있어서인지 증명할 길은 없다.
이후부터는 약 2주마다 하루 5개비(사실은 7개비)→3개비(사실은 5개비)→진짜 3개비로 줄여갔다. 그 대신 약은 2알→3알→4알로 늘렸다. 4알이 최대 복용량이다. 이 기간 니코틴 수치는 600대→500대→300대로 떨어졌다. 권장 담배량을 다소 위반하긴 했지만 그래도 줄인 것이 효과가 있긴 했나 보다. 금단 증상은 거의 없었지만, 심야에 허전할 때 한 대 피우고 싶은 습관을 끊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고육책으로 이때 군것질을 하게 되니 살이 2kg 정도 찌는 부작용이 생겼다. ‘비만이 더 큰 적 아닌가?’
프로그램 시작 석 달 만에 드디어 “이제 완전히 끊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아∼, 너를 이렇게 보내야 하니…ㅠㅠ.’
○ 굿바이, 마이 프렌드∼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은 완전히 금연한 지 3주째다. 완전 금연 2주 후에 측정한 니코틴 수치는 58. 1600대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것이다. 원래는 0이 나와야 하는데 간접흡연으로 인해 안 피우는 사람도 다소 수치가 나온다고 한다. 금연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금단현상으로 고통 받은 적은 없다. 프로그램 기간에 술을 마신 적도 많았지만 그때도 흡연 욕구가 심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기자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연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자기 합리화 때문이라고 한다. 담배를 끊고 있는 과정에서 아무도 “에이, 안 해” 하고 중단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 교수는 “대부분 지금 줄이거나 끊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고 합리화한 뒤 다시 피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합리화하고 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한동안 약은 계속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점검을 받은 뒤 계속해서 금연상태가 유지되면 그때서야 약을 줄이거나 끊는다고 한다. 시작할 때와 반대로 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이다. 금연약은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그냥 살 수는 없다.
▼주치의 한마디▼
“재흡연 막으려면 석달간 간접흡연-과음 피해야” 이진구 기자에게는 여느 흡연자들처럼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의 신체적 정신적 의존이 있었다. 게다가 기자로서의 심한 업무
스트레스는 금연을 결심하고 실천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방해요인이었다. 이러한 경우, 막상 금연을 시도할 때 반드시 겪는 금단
증상에 업무 스트레스가 겹치는 순간, 대부분의 흡연자는 금연을 미루고 일단 담배를 피워서 금단 증상을 해소하고자 한다. 이
기자에게는 금연 시도 초기에 금단 증상 발생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먹는 약물을 사용해 금연치료를
시작했다.
투여한 약에 대한 신체 반응 및 부작용을 면밀히 관찰하며 약물치료를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갔기 때문에
담배를 끊을 때 겪는 괴로움 없이 편안하게 흡연량을 점차 줄일 수 있었다. 이어 동기강화상담요법 및 행동치료요법을 병행하면서 이
기자는 금연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직장에서의 환경적 방해요인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치료 시작 9주 만에 하루 종일 담배를 안 피울 수 있게 되었으나 아직은 흡연 충동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계속하였고, 마침내 치료를 시작한 지 12주 후 약 복용 없이도 스스로 금연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오랜 흡연 습관으로 인한 재흡연의 위험은 아주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3개월 동안은 간접 흡연 노출, 과음 등의
재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여러 상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자들에게는 건강 증진을 위해 시도하는 운동,
식이요법, 보약 또는 건강기능식품의 사용, 심지어는 대부분의 검사나 치료보다도 금연이 훨씬 유익하다. 따라서 주치의와 상의해 금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금연 성공에 매우 효과적이며, 흡연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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