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어지럽고 가슴 두근… 어르신들 ‘불안장애’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70대이상 최다… 방치땐 뇌기능 저하

노인의 불안장애는 혈압 상승 등을 동반하므로 치료가 꼭 필요하다. 동아일보DB
노인의 불안장애는 혈압 상승 등을 동반하므로 치료가 꼭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올해로 85세를 맞은 박기영(가명) 씨는 오늘도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자식들은 살기 바빴고 손자 손녀는 공부하느라 바빴다. 한집에 사는 딸은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겨질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주 어지러웠다. 박 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 이런저런 검사도 받아봤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유 없이 초조하고 불안해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 씨처럼 검사에 아무 이상이 없지만 어지럼증,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의 증상이 계속될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는 2008년 39만8000명에서 2013년 52만2000명으로 1.3배가 됐다. 불안장애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이는 병으로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등 그 범주가 다양하다. 혈압 상승과 같은 심혈관계 증상을 비롯해 과호흡, 설사, 어지러움, 두통, 저림, 발한 등의 증상도 자주 동반된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305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60대(2147명), 50대(1490명) 순. 진료인원 증가 폭도 70대 이상 환자들이 가장 컸다. 2008∼2013년 70대 이상의 불안장애 환자 증가율은 연평균 12.3%로 전체 연령대 연평균 증가율인 5.6%보다 훨씬 높았다.

윤지호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식만을 위해 한평생 살았던 노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불안감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장애를 오래 방치할 경우 뇌 기능과 심혈관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가급적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불안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훈련인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평소 적절한 휴식, 취미활동 등 심리적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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