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여성 수상자가 나올까. 3주 앞으로 다가온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수학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여성 수학자가 호명될지 벌써부터 온라인에서는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 필즈상 52명 전원 남성, 첫 여성 수상자 기대
필즈상은 1936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14년간 수상자 선정이 중단됐다. 이후 1950년부터 다시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매번 2∼4명씩, 지금까지 총 52명을 배출했다. 수상자 52명 전원은 남성이다.
그런데 4년 전 인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자대회를 주최하는 세계수학자연맹(IMU) 회장에 벨기에 출신 여성 수학자인 잉그리드 도비시 박사가 선출되면서 남성 중심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필즈상에서 여성 수상자가 나온다면 특별한 의미도 부여된다. 수학자대회는 전통적으로 개최국의 대통령이 시상자로 나선다. 이에 따라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상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여성 대통령이 필즈상을 수여하는 것도 대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여성 수학자가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될 경우 여성 대통령이 상을 주고 여성 수학자가 상을 받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
인터넷 투표 사이트인 폴코드(Pollcode)에는 누가 올해 필즈상 수상자가 될 것인지 묻는 투표 페이지가 등장했다. 24일 현재 여성 수학자 1위에는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올랐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이란 출신으로 쌍곡기하학 분야 전문가이며,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부피계산법을 처음 알아냈다.
미국 프린스턴대 소피 모렐 교수는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인 모렐 교수는 정수론과 해석학을 잇는 ‘랭글란즈 프로그램’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2012년 앙리 푸앵카레상을 받은 실비아 세르파티 미국 뉴욕대 교수, 그래프 이론의 석학인 마리아 춘드노프스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후보로 올라 있다.
○ 개발도상국 출신 수상자 처음 배출할 수도
서울 세계수학자대회가 개발도상국 수학자 1000명을 초청하는 만큼 개발도상국에서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필즈상 수상자는 미국과 유럽 등 모두 선진국에서 나왔다.
2010년 베트남 출신의 응오바오쩌우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했지만 프랑스에서 대학을 마쳐 프랑스수학연맹은 이를 자국의 수상 실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올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를 졸업한 아르투르 아빌라 파리7대학 교수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어 첫 개발도상국 출신 수상자를 기대해볼 만하다. 수상자는 다음 달 13일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된다.
필즈상은 만 40세 미만으로 수상자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수상자 중에는 젊은 수학 천재들이 많다. IQ 221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호주의 테런스 타오,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었지만 필즈상을 거부한 러시아의 그리고리 페렐만 등이 유명하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필즈상 외에도 ‘천상’ ‘가우스상’ ‘네반리나상’ 등도 수여하고 있다. 2010년부터 새로 생긴 천상은 중국 출신의 미국 수학자 싱선 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가우스상은 응용수학분야 최고 석학에게 수여하며, 네반리나상은 핀란드 수학자 롤프 네반리나를 기리기 위해 핀란드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필즈상처럼 만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에게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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