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20%가 ‘치유의 숲’… 암환자 투병 스트레스 훌훌…<14>화순전남대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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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뒤편에 조성된 ‘치유의 숲’에서 한 환자가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있다. 병원은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위해 일부 구간은 경사면을 낮추고 폭신폭신한 우레탄 길로 바꾸는 등 새롭게 정비했다(왼쪽 사진). 화순전남대병원 1층에 있는 암 평생관리 클리닉에서 한 환자가 2차 암 발병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화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화순전남대병원 뒤편에 조성된 ‘치유의 숲’에서 한 환자가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있다. 병원은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위해 일부 구간은 경사면을 낮추고 폭신폭신한 우레탄 길로 바꾸는 등 새롭게 정비했다(왼쪽 사진). 화순전남대병원 1층에 있는 암 평생관리 클리닉에서 한 환자가 2차 암 발병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화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 처음 시작할 땐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용지 5만여 평 가운데 1만 평이나 숲으로 만들어도 괜찮은 걸까? 광주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화순에 대학병원을 만들면 누가 찾아오기는할까?’ 하고 말이다. 조용범 화순전남대병원장은 당시를 생각하며 “걱정은 기우였다”고 말했다. 광주 시내에 있는 전남대병원의 분원인 화순전남대병원이 개원한 지 벌써 10년째. 병원은 어느새 ‘자연 속의 첨단 의료’를 실천하는 암 특화 병원으로 거듭나 있었다. 특히 병원 뒤편에 자리 잡은 ‘치유의 숲’은 병원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힐링 장소. 심신이 지친 환자들은 병동 인근에 조성된 숲길을 거닐며 큰 위안을 얻고 있다. 》

○ 힐링 공간 ‘치유의 숲’

24일 오후 비가 내렸지만 몇몇 환자가 숲을 거닐기 위해 병실을 나왔다. 직장암 2기로 지난주 수술을 받은 김갑수 씨(65)는 “종종 숲길을 거닐며 산책을 하는데 답답한 병실에 있는 것보다 훨씬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이렇게 앉아서 숲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1만2000여 평에 달하는 치유의 숲에는 인근 만연산 줄기를 타고 1200m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위해 일부 구간은 경사면을 낮추고 폭신폭신한 우레탄을 깔아 매끈하게 다듬었다. 편백나무, 밤나무, 살구나무, 철쭉, 들꽃 등 수많은 식물들에 둘러싸여 숲을 거닐다 보면 환자들은 어느새 투병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된다. 걷다가 힘이 들면 산책로 중간중간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쉬었다 갈 수도 있다. 이 치유의 숲은 화순전남대병원 환자들은 물론이고 인근 노인전문병원 환자들과 주민들도 찾아와 함께 이용하고 있었다.

병원 내에 이 같은 대규모 숲을 조성한 곳은 화순전남대병원이 유일하다. 화순지역의 70%가 산림이라는 환경적인 특성도 있지만 이곳을 다른 병원건물 터로 활용하지 않고 숲으로 가꾸는 것은 순전히 환자들을 위해서다.

조 병원장은 “숲은 건강에 좋은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풍부한 치유의 공간”이라며 “맑은 공기와 햇빛 등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암 환자들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첨단 의료장비, 친절한 서비스를 넘어 쾌적한 치유 환경으로 환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계획이다.

○ 암 평생관리클리닉 운영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특화 병원으로 내원자들의 90% 이상이 암 환자다. 병원은 암 환자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암 평생관리클리닉 등을 운영하며 전남지역 거점 암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11월부터 매주 월∼금요일 암 환자와 지역 주민을 위한 통합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암 환자를 위한 식사교육, 항암제 부작용에 대한 교육 등은 물론이고 웃음치료, 명상프로그램, 여성암 환우 메이크업 교실 등 교육 내용도 다양하다. 환자들은 원내 방송으로 그날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는 “참석자가 단 한 명이라도 최소한 한두 강좌는 꼬박꼬박 열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 1층에 있는 암 평생관리 클리닉에서도 암의 예방, 치료 후 관리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클리닉은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교육 프로그램만큼 이용자가 많지는 않은 편. 하지만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김연표 화순전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평생관리 클리닉에서는 2차 암 발병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접종, 만성질환 관리, 생활습관 점검 등을 돕고 있다”며 “필요 시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사들과 신속하게 협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병원은 장기 치료를 받는 학생들을 위한 원내 학교 ‘여미사랑병원학교’도 운영 중이다. 미술공예, 제과제빵, 나무조립 등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초등학생 25명, 중학생 6명이 병원학교에 다니고 있다.

○ 고속성장 비결은 암치료 특화-환자중심 서비스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진료 분야에서 서울의 대형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한국인 6대 암 수술 실적은 2474건. 이는 이른바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대, 연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병원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조 병원장은 병원이 단기간 빠르게 성장한 비결로 ‘암 치료로의 특화 전략’, 그리고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 발굴’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요즘엔 환자들의 수술 대기시간을 단축시키고자 병원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수술을 할 수 있게끔 의료진을 설득 중”이라며 “화순지역 암 환자들이 ‘암이면 화순전남대병원’을 떠올릴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자연친화 치료 인상적… 한의학과 협진 연구를”▼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화순전남대병원이 마련한 다양한 환자 중심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화순전남대병원이 개원 1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진료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병원 수익보다 환자들 편의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화순전남대병원은 단기간에 우수병원 반열에 올라선 경우”라며 “이는 병원 최고경영자가 환자 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했다.

특히 환자들을 위한 치유의 숲이 좋은 평을 받았다. 위원들은 면역력이 약한 암 환자들을 배려한 자연치유 공간이라는 점이 돋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고 회복해 나가게끔 유도하는 자연 친화적 치료를 병행하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자연의학인 한의학과의 협진 시스템을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화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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