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프랑스 영화 ‘나는 왜 수학이 싫어졌는가(Comment j'ai deteste les maths)’는 수학을 싫어하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이들이 늘어놓는 푸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학자들의 ‘항변’. 단발머리에 검은색 정장 조끼, 고풍스러운 은색 넥타이를 맨 한 수학자는 “수학은 엄격하지만 창의적이고, 어려우면서도 쉽고, 전통적이면서도 혁명적인, 모순적인 매력이 있다”며 “수학은 ‘슈퍼 섹시(super sexy)’하다”고 말한다. 그는 2010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은 세드리크 빌라니 프랑스 에콜 노말 리옹대 교수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 영화 출연한 필즈상 수상자, 관객과 직접 만나
프랑스와 미국에서만 정식 개봉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13일부터 열리는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러닝타임 105분 동안 등장하는 수학자들은 전 세계 10여 명. 이 가운데 빌라니 교수는 30여 분간 등장하며 영화를 이끈다. 평소에도 수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빌라니 교수가 수학과 대중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영화 출연까지 결심한 것이다.
카메라는 왜 수학이 싫어졌는지 수학자들을 인터뷰하며 그 이유를 쫓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근대 사회에서 수학교육이 정답과 실용성만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수학을 기피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매력은 잊혀진 채 과학자가 꿈이 아니라면 굳이 수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빌라니 교수는 “이제는 수학교육 방식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주인공인 빌라니 교수에게 직접 수학의 진정한 매력을 듣고 싶다면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1홀로 오면 된다.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하는 빌라니 교수는 영화를 관람한 뒤 직접 관객에게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 바둑기사 꺾을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로 바둑기사와 수학자들의 다면기 행사도 놓칠 수 없다.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서봉수 9단은 도전장을 던진 중국, 일본 등의 수학자 18명과 19일 1 대 6 다면기를 가지며 수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다면기는 수학자대회 현장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생중계된다.
김찬우 6단은 통계 기법을 이용해 기존의 18급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바둑 실력을 세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바둑프로그램 개발 회사 대표이기도 한 김 6단은 수학을 이용해 인간을 꺾을 컴퓨터용 바둑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바둑 두는 법을 모방한 컴퓨터용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수학을 이용해 바둑돌 하나하나의 영향력을 계산해 상황에 맞게 바둑알을 놓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병두 세한대 바둑학과 교수는 바둑판 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수학을 흥미롭게 전달할 예정이다. 가령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놓아 수열을 계산할 수 있다. 1, 3, 5, 7, 9로 이뤄진 수열의 합을 구할 때 바둑알 1개를 놓고 그 주위에 바둑알 3개를 놓아 정사각형을 만든 뒤 그 주위에 기역(ㄱ)이나 니은(ㄴ) 모양으로 바둑알 5개를 배치해 다시 정사각형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9개까지 배치하면 한 변에 바둑알이 5개씩 놓인 정사각형이 만들어지고, 그 합은 쉽게 25임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이 즐기는 놀이 중 수학적으로 가장 복잡한 종목이 바둑”이라고 말했다.
장석영 미래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는 수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학을 친근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향후 한국 수학이 한 단계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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