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학축제인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수학의 실력을 인정받고 수학 강국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ICM 개최국들은 자국의 수학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중국은 2002년 베이징 대회를 연 후 수학 논문 수가 70%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 2위의 수학 대국으로 급부상했으며, 스페인도 2006년 마드리드 대회 이후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뒤 7위까지 올라섰다. 현재 한국의 수학 수준은 세계 11위권. 2012년 수학 분야에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가 943편으로 세계 11위에 오른 것인데, 대회 조직위원회는 서울 ICM 이후 톱10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ICM의 초청강연자 209명 가운데 한국인 수학자 6명이 포함된 점은 호재다. 한 나라의 수학 수준은 ICM에 초청받은 강연자 수로도 판단할 수 있는데, 필즈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과 프랑스 수학자가 언제나 가장 많이 초청됐다. 한국은 2006년 3명, 2010년 2명에 이어 올해 6명으로 일본과 함께 초청강연자수 공동 8위를 기록했다.
○ 한국인 필즈상 수상의 꿈 멀지 않아
한국인 초청강연자수가 늘면서 덩달아 한국인 수학자의 필즈상 수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ICM 초청강연자로 선정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인 수학자 가운데 필즈상 후보 기준인 만 40세 전에 초청강연자에 선정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한국인 초청강연자수가 지금처럼 늘어간다면 필즈상 후보에 한국 수학자의 이름을 올릴 날도 멀지 않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이런 전망을 밝게 한다. 1994년 이후 필즈상 수상자 18명 가운데 10명이 IMO 메달리스트다. 2010년 세계수학자대회 때는 필즈상 수상자 4명 가운데 3명이 IMO 메달리스트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IMO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으며, 김동률 군(서울과학고 3년)의 경우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막을 내린 IMO까지 3년 연속 금메달을 수상했다.
1995년부터 IMO 한국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단장(인하대 수학과 교수)은 “IMO 경험은 문제풀이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적 해결력이나 끈기 등을 배울 수 있어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국내 IMO 출신 대부분이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필즈상에 근접한 한국인 후보로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이석형 씨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과정 이수홍 씨를 꼽았다.
○ 수학 특성 반영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해야
수학자대회를 계기로 수학 대중화와 저변 확산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회 기간에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을 꿈꾸다’ 프로그램을 마련해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이 국내외 저명한 수학자와 만나 수학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수학자로의 비전을 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수학자대회 이후에도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하위권에 머무르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수학교육에 스토리텔링 방식을 도입하는 등 수학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수학계에서는 수학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 수학의 중요한 문제에 공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원장은 “수학은 비싼 실험장비 대신 적절한 연구비를 다수의 수학자에게 꾸준히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현재 다른 과학 분야와 동일한 기준으로 연구비를 신청하는 방식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처럼 민간 독지가들이 수학과 같은 기초 학문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들 분야에 지원하는 풍토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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