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학년 때 생애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은 기자가 느닷없이 재채기와 콧물을 쏟아내자 당황했다. 하지만 발작적으로 계속되는 재채기와 콧물을 막을 순 없었다. 당연히 미팅은 망쳤다. 수업시간에도 ‘재채기 좀 그만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기자가 이비인후과에서 처음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것은 고교 3학년때. 이전엔 이런 증상이 생기면 ‘감기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 먹으면 잠시 증상이 나아졌다. 하지만 몇 달 지나 또 증상이 나타났다. 》
비염은 고칠 수 없는, 내게 내려진 천형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전국 성인의 11%가량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라는 통계를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을 얻었다. 에어컨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고 열대야로 잠 못 잔 지난달에도 비염이 찾아왔다. 근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최근 강북삼성병원 알레르기 비염 클리닉을 찾았다.
○ 피부검사 통해 원인 규명 필요
먼저 코 내부에 종양이 없는지,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영상의학과에서 X선 검사를 했다. 정면과 좌우 측면에 걸쳐 모두 3차례 촬영을 했다. 혈액 검사가 뒤따랐다. 검사에서 ‘면역글로불린E’가 증가하면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피부 단자 검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찾는 것이다. 72가지 원인물질을 담은 시약을 피부에 떨어뜨려 반응을 본다. 시약에는 돼지풀, 질경이, 버드나무, 꽃가루 같은 식물부터 개, 고양이 등 동물의 털, 우유, 계란 같은 식품 성분이 포함됐다. 시약이 72가지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종류가 많은 검사는 시간과 비용상의 문제가 따른다. 피부 검사는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용은 17만 원 정도.
상의를 벗고 침대에 엎드리자, 권용주 간호사가 등에 시약을 떨어뜨릴 자리를 바둑판 모양이 되도록 펜으로 그렸다. 이어 피부과 레지던트 민정 씨가 표시된 자리를 바늘로 찌르고 자리마다 시약을 떨어뜨렸다. 바늘로 찌르는 이유는 시약이 피부에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엎드린 자세로 한 시간 정도 72번의 따끔거림을 참아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
시약을 떨어뜨린 지 20분 정도 지나자 오른쪽 어깨 부근이 가려웠다.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기자에게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집먼지 진드기였다. 그동안 기자는 꽃가루와 우유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심 ‘이제 봄철 꽃놀이는 마음껏 즐겨도 되겠네’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아내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 소득이었다.
○ 꾸준한 관리 중요
피부 검사 뒤 이비인후과 홍석진 교수의 진료실로 향했다. 홍 교수는 문진을 통해 부모에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릴 적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는지 물었다. 코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 교수는 “비중격이 휘면 한쪽 공간이 작아져 코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 교수는 “체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알레르기 비염과 영원히 이별할 수는 없다”면서 “꾸준한 건강관리와 주변 환경 관리로 비염의 빈도와 정도를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먼지 진드기에 덜 노출되는 방법으로 △침구는 55도 이상 뜨거운 물로 자주 세탁할 것 △소파는 천보다는 비닐이나 가죽 제품을 사용할 것 △실내 습도는 50% 이하로 할 것 △베갯속은 씨앗이나 깃털을 쓰지 말고 고무 제품을 사용할 것 △진공청소기를 쓸 때는 마스크를 쓸 것 등을 제시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는 크게 약물 치료와 면역 치료가 있다. 약물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스테로이드제와 먹는 항히스타민제가 있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적은 양부터 시작해 서서히 증량해 투여하면서 항체를 만들어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기자는 홍 교수에게서 항히스타민제와 스프레이를 처방 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먼지 진드기를 차단하는 극세사 침구도 알아봤다.
▼[주치의 한마디]“침구 자주 세탁하고 급격한 온도변화 주의를”▼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 증상이 열흘 이상 지속된 민병선 기자가 이비인후과를 찾아왔다. 문진해보니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었다.
부모 중 한쪽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면 자식이 알레르기에 걸릴 확률은 50% 정도이며, 부모 양쪽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으면 가능성은 75%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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