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튀어나왔다. 처음 연락하는 취재원과 통화를 막 시작하려던 순간이었다. ‘왜 하필 지금 기침이….’ 눈치 없이 등장하는 기침은 언제나 기자를 곤란하게 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에까지 어김없이 찾아왔다.
감기와 함께 기침을 시작한 지도 벌써 4주째. 콧물이나 목 따끔거림, 약간의 미열 등 감기 증상은 2주 전 사라졌지만, 기침만 홀로 남아 사람을 괴롭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는 초저녁이나 건조한 회사 건물 안에서 야근을 할 때면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심하게 기침을 하고 나면 폐가 뜯겨나가고 멍이 든 것처럼 괴롭기도 했다. 기침을 참자니 갑갑하고, 하고 나면 괜히 겸연쩍고…. 만성기침과 결별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를 찾았다.
○ 만성기침의 원인 질환부터 찾아내야
기침을 떨쳐내려면 기침의 원인과 특징부터 파악해야 했다. 검사에 앞서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침에 가래나 콧물 증상이 동반됐는지 등을 확인했다. 기침은 4주 전 감기와 함께 시작됐고, 이후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만 하는 상태다. 가래가 섞이지 않은 마른기침이었다.
의학적으로 보면 아직 만성기침 단계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감기로 발생하는 기침은 3주 내 저절로 좋아지며, 8주 이상 기침이 지속될 때를 만성기침으로 분류한다. 3∼8주는 급성과 만성의 중간단계다. 이는 감기로 인해 기관지가 예민해진 상태에 속한다.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은 기관지 천식, 그리고 콧물 등이 목 뒤로 넘어가며 발생하는 후비루 증후군이 80∼90%를 차지한다. 그 외 알레르기 비염, 위식도 역류, 만성기관지염, 결핵, 폐암 등도 만성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기침 단계는 아니었지만 원인 질환 파악을 위해 천식과 알레르기 검사, 코와 폐 부분 X선 촬영을 진행했다.
○ 천식 여부 알기 위해 기관지 자극
첫 번째는 천식 검사. 메타콜린이라는 기관지를 자극하는 액체 성분을 기체 상태로 흡입한 뒤 폐활량을 측정하는 검사다. 투명한 깔때기로 메타콜린을 mL당 1mg, 16mg, 25mg씩 농도별로 흡입한 뒤 하얀 튜브 입구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폐활량을 측정한다. 메타콜린 농도가 높아질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고 기침이 났다. 하지만 검사 결과 폐활량은 mL당 1mg을 들이마셨을 땐 이전 폐활량보다 2%, 25mg을 들이마셨을 땐 5%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16mg을 흡입했을 땐 오히려 들이마시기 전보다 폐활량이 1% 증가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천식이 있는 환자들은 메타콜린을 들이마시면 20% 이상 폐활량이 감소한다”며 “다행히 최 기자는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 천식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천식이 기침의 원인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알레르기 검사다. 집먼지진드기, 개, 고양이, 풀 등 56가지 시약을 등판에 떨어뜨린 뒤 바늘로 시약을 떨어뜨린 부분을 살짝 따 약물을 흡수시키는 검사다. 검사 결과 집먼지진드기 부분에서만 살 표면이 조금 부풀어 오르고 다른 부분에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알레르기로 인한 기침일 확률도 0%였다.
마지막으로 코와 폐 X선 촬영. 촬영 결과 코 양 옆의 공기로 차 있는 뼛속 공간인 부비동에서도 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폐 또한 결핵이나 기타 염증 등 이상 징후가 전혀 없었다. 부비동염이나 폐 질환으로 인한 기침도 아니라는 의미다.
○ 만성기침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기 진단은 필수
후비루 증후군 등을 알아보기 위해선 코 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내시경을 통해 목 뒤로 콧물 등 점액이 넘어가는지, 기침으로 기도 점막에 변화가 생겼는지, 성대 운동에는 이상이 없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콧물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없어 코 내시경 검사는 추가로 받지 않았다.
원인질환 검사로도 기침의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이때는 만성기침과민증후군에 해당한다. 이 증후군은 기침을 유발하는 신경중추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원인 질환과 함께 찾아오기도 하고 원인 질환 없이 이 증후군만 발생할 수도 있다. 설명이 안 되는 기침인 셈이다. 심리적 원인으로 본인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기침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때엔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처방하거나 행동요법을 동원해 기침 습관을 고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감기 뒤에 찾아온 기관지 과민반응으로 기침이 생긴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조 교수는 “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며 “만성기침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조기에 면밀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치의 한마디]“기침 심하면 성대손상도… 따뜻한 물 자주 마셔야”▼
최지연 기자는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기관지가 약간 예민해진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8주 이상 기침을 지속할 때를 만성기침 단계로 진단합니다. 최 기자는
기침을 해온 기간도 4주 정도로 이는 급성과 만성의 중간단계인 아급성기침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기침도 점차
수그러들 것입니다. 우선 최 기자에게 일반적으로 감기가 걸렸을 때 복용하는 기침약을 2주 치 처방해 줬습니다. 기침이 멈출 때까지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최 기자 같은 환자의 경우,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땐
약을 처방한 뒤 2∼3주 지켜봅니다. 그 이후에도 기침이 멎지 않으면 좀 더 정밀한 검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기간에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추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천식이나 후비루 증후군, 위식도 역류, 결핵뿐만 아니라 혈압 약으로 쓰이는 캡토프릴, 에날라프릴 등을
복용할 때도 기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침은 기도 내에 물리적으로 큰 자극이 되며 오래, 그리고 심하게 기침을 하면
성대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기도 하며 수면장애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때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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