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챌린지, 고령자·심혈관질환자엔 심장마비 위험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15시 17분


아이스 버킷 챌린지. 사진=유재석-최민식-저스틴 비버-레이디가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 사진=유재석-최민식-저스틴 비버-레이디가가
"괜히 좋은 일 하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건 아닌지…."

최근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기부캠페인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선 얼음물 샤워가 심장 등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캠페인의 취지는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하는 것.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지만 고령자나 심혈관계 질환자들에겐 특히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얼음물을 느닷없이 뒤집어쓰면 체온이 갑자기 변하게 된다. 심박수와 혈압 등이 증가하면 심장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기 못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는 겨울철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되거나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갈 때와 비슷한 이치"라며 "적응시간이 없이 체온이 갑자기 변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급속히 활성화돼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체온 변화에 취약한 나이가 많은 사람,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겐 얼음물 샤워가 안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1990년 미국에서는 심장 부정맥을 앓고 있던 조지 앨런이라는 축구 코치가 '게토레이 샤워'를 받고 사망한 사례도 있다. 게토레이 샤워는 미국 프로야구와 축구 등에서 승리의 세레모니 일환으로 게토레이 음료와 얼음이 든 양동이를 뒤집어쓰는 이벤트. 당시 72세였던 알렌은 팀원들로부터 게토레이 샤워 세례를 받아 심장질환이 악화됐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세상을 떴다.

물론 얼음물 샤워는 나이가 많거나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아이스버킷챌린지 시 얼음물에 노출되는 시간은 1초도 안 된다"며 "건강한 젊은 사람들에겐 크게 무리가 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차가운 기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할 순 있다. 저체온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얼음물 대신 찬물에 입수하는 콜드 워터 챌린지가 한 때 잠시 유행했으나, 건강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해 릴레이식으로 기부를 이어간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내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해야한다. 이 캠페인은 투자회사 베인캐피털 매니저 출신 코리 그리핀이 201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친구를 돕기 위해 지난 달 처음 기획했다.

캠페인은 SNS와 방송 등을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물론 국내에서도 현빈, 조인성 등 유명 연예인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정치인들까지 동참하는 중이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루게릭병#아이스버킷챌린지#심장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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