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향 전문가 3인이 평가한 '비츠 바이 닥터드레 솔로2'

  • 게임동아
  • 입력 2014년 9월 1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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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이라기보단 ‘패션 아이템’에 가깝다”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비츠 바이 닥터드레(beats by dr.dre)’ 헤드폰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2014년 5월 기준)라는 실적이 무색하게 음질 면에서는 가혹한 평가를 받아왔다. 힙합 뮤지션 닥터드레가 제품 튜닝을 맡아서인지 유난히 저음 부분을 강조해 힙합을 듣기에는 좋지만 이외의 장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

지난 5월 말, 비츠 일렉트로닉스는 전작을 출시한 지 약 6년 만에 ‘비츠 바이 닥터드레 솔로2(이하 솔로2)’를 내놨다. 솔로2는 기존 라인업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티가 난다. 디자인부터 사운드까지, 솔로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했고 단점은 고쳤다. 전 음역을 고르게 맞춘 튜닝은 전작의 그늘을 벗어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음향 전문가들로부터 솔로2에 대한 자세하고 솔직한 평가를 들어봤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업 미디어뱅크포유(대표 박미경, http://mediabank4u.co.kr)의 구혁모, 고현호, 김형석 등 방송음악감독 3인이 솔로2를 체험해본 소감을 가감 없이 전했다. 이들은 TV에 방영하는 영상물에 배경 음악, 효과음, 더빙 등을 입히거나 음반 프로듀싱 및 녹음 관련 작업을 하기에 하루 7시간 이상 스피커와 헤드폰을 통해 소리를 듣는다.

(1)디자인 – 그 명성은 여전히


구혁모(이하 구): ‘비츠’하면 역시 ‘잘 나온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는 초기 모델부터 솔로2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솔로2의 디자인은 외부에서 착용해도 괜찮을 만큼 멋지다. 리뷰한 제품의 짙은 파란 몸체와 비츠의 은회색 로고, 빨간 선의 궁합도 의외로 좋다. 너무 튀지도, 너무 무난하지도 않다.

고현호(이하 고): 파란색, 빨간색 등의 원색 조합이 강렬해 어중간한 색상의 제품보다 마음에 들었다.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제품을 착용했을 때 ‘홍대 클러버’가 된 기분이었다.


김형석(이하 김): 디자인이 좋다. 솔로의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적 특징을 잘 물려받은 제품이다. 포인트를 주는 패션 소품으로도 손색없었다. 리뷰한 제품은 파란색이지만, 회색, 검은색, 흰색, 빨간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상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

솔로2의 밴드 부분을 접으면 전체 부피가 확연히 줄어든다. 덕분에 기본 파우치에 넣어 휴대할 때 편리했다.

(2)착용감 – 살짝 기울어진 인체공학적 디자인

구: 솔로2의 무게는 200g 정도다. 60g 정도인 젠하이저의 ‘PX-200’ 같은 제품과 비교하면 무거운 편이지만, 여타 경쟁 제품에 비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크기도 작은 편이라 착용한 상태로 움직여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헤드폰 유닛이 턱을 덮어 땀이 나거나, (여성의 경우) 화장이 제품에 묻어 찝찝할 일은 없을 듯싶다.


생각보다 유닛의 쿠션이 폭신해 귀의 피로도도 적었다. 유닛 뿐 아니라 밴드 부분에도 쿠션이 전체적으로 부착되어있다. 듬성듬성 스펀지가 붙은 타제품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PX-200은 유닛 부분이 얇은 만큼 쿠션감도 부족해 장시간 끼고 있을 때 귀가 저리곤 했다.

고: 착용 시 귀에 적당한 압박감이 든다. 다행히 장시간 착용했을 때도 크게 피로감은 없었다. 밴드 부분의 적당한 쿠션감 덕에 머리도 불편하지 않았다.


김: 밀폐형 온이어 제품이라 착용했을 때 귀 전체를 덮는다. 따라서 외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귀 부분이 약간 조여서 오래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밴드가 일자로 곧게 뻗은 전작과 달리 솔로2는 머리 곡선에 맞춰 그 각도가 살짝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헤드폰을 썼을 때 제품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밀착된다. 좌우를 뒤바꿔 잘못 착용하면 불편한 느낌이 들어 잘못 썼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3)사운드 – 전 음역에서 안정적인 튜닝

구: 전작의 장점인 강력한 베이스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거기다 중고음 대역의 시원한 표현력이 더해져 락, 메탈, 힙합, 댄스 등의 비트감 있는 장르의 특색을 잘 살린다. 강렬하게 쏟아지는 비트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을 정도다.


힙합, 락, 메탈 등과 정반대의 성격인 클래식을 들을 때에도 솔로2의 장점은 살아났다. 클래식을 듣다가 솔로2의 선명한 소리와 풍부한 음색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솔로2는 중저음보다는 중고음 쪽에 더 초점을 맞춰 튜닝한 느낌이다. 따라서 (장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컬의 음색에서 약간 이질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Green Day의 ‘21Guns’를 들어보면 보컬의 목소리가 탁하고 다른 악기 소리와 함께 뭉개져 선명도가 떨어진다. 풍부한 저음이 이를 상쇄해 음악 감상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조금 아쉬움은 남는다.


Depapepe- Start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찰랑거리는 소리는 잘 표현했지만, 미디(MIDI, 전자 음악)로 재연한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 난다.


Claude Williamson trio – Star crossed lovers
재즈 음악이다.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선명하게 뚫고 나와 곡 전체의 리듬을 잘 이끌어준다. 어느 한 곳도 튀지 않고 모든 악기 음이 조화를 이룬다.

고: 전체적으로 음악이 굉장히 고급스럽게 들린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밸런스가 매우 좋고, 보컬과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확실히 구분되어 들린다. 왠지 고가의 진공관 앰프에서 나올 법한 타격감과 명료함 등도 느껴진다. 힙합 쪽에 많이 치우쳐 있던 전작과 달리 모든 장르를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솔로2는 음악의 ‘흥’을 더 신명 나게 돋군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음악을 평가하려는 사람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쓰면 더 만족할 만한 제품이다.


Zedd – Clarity
보컬의 목소리가 청량감있다. 전반적으로 중음과 고음의 배치가 두드러진다. 드럼의 타격감이 박진감 있다.


oAiii & oAiii – Piano Island
전체적으로 모든 악기가 잘 살아나지만 음악을 끌고 가는 악기의 음역이 좀 더 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리듬감은 충분히 잘 살린다.

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니 분명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진 세팅은 아니다. 전체 음역대가 골고루 단단하게 들린다. 중고음역 특유의 찰랑거리는 소리가 리듬감있고 기분 좋다. 음악을 즐겁게 듣기에는 최적의 제품이다. 다만, 음량이 너무 작거나 커지면 그 균형이 조금 무너지는 경향이 있으며, 노래의 믹싱에 따라 저음이 지저분하게 들리고 뭉개지는 것도 있었다.


Alicia Keys –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
솔로2의 특성이 잘 살아나는 곡. 묵직하게 들리는 드럼의 킥이 음악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베이스와 기타 등의 저음이 그 뒤를 받친다. 보컬 목소리도 악기에 섞이지 않고 들려 둔탁한 느낌이 없다.


(4)가성비 – 무난한 수준

구: 26만 원대의 인터넷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 사용자가 바로 구매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다. 솔로2 가격이 18만 원 정도라면 사람들이 줄 서서 살 듯싶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할부’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은가.


고: 개인적으로 솔로2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김: 가격은 매우 적당한 수준이다.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로 귀가 즐겁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비츠’ 브랜드에 대해 선입견을 품은 사람에게는 조금 비쌀 수도 있을 것 같다.

(5)총평 – 전작의 오명을 벗은 ‘수작’

구: 전체적으로 풍부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제품이다. 소리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 또한 강점. 다만, 앞서 말했듯 중고음 대역의 튜닝은 살짝 과하다. 다른 대역과 균형을 맞춰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현재 Ultimate Ears의 ‘Triple-fi 10 Pro’ 이어폰을 사용 중인데 이 제품만으로는 클래식 사운드 분석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솔로2를 체험해보니 기존 제품과 병행해서 쓰면 만족스러울 듯싶다.

고: 그동안 비츠 브랜드에 대해 ‘돈값 못하는 퀄리티’를 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로2는 이러한 생각을 바꿔준 정말 괜찮은 제품이다. 나같이 흥이 많은 사람에게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 성능, 디자인, 가격 모든 게 장점이다.


굳이 단점을 하나 꼽자면… 솔로2는 ‘모든’ 음악을 좋게 표현한다. 완성도 높은 음악뿐 아니라 믹싱이 허술한 음악까지 훌륭하게 들린다. 평소 작업 시 기준으로 삼았던 모니터링용 헤드폰과 다른 방향으로 소리를 표현해 조금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김: 10점 만점에 7.5점 정도. 호불호가 갈렸던 전작과 달리 두루두루 사랑을 받을 만한 헤드폰이다. 음악 쪽 종사자라면 작업용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의 비교 작업용으로 하나쯤 구매해도 괜찮을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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