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쌍둥이에게 유전질환이 똑같이 나타나지 않으면 환경이나 생활습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환경까지 완전히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대장균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등 차이가 나타난다.
이처럼 유전자가 같더라도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잡음(노이즈)'이라고 부르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잡음 현상의 신비를 한 꺼풀 벗겨냈다.
이남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은 성재영 중앙대 화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유전자가 완전히 같더라도 'RNA중합효소' 농도가 다르면 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고 2일 밝혔다. 생명체는 DNA의 유전정보를 본뜬 RNA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RNA중합효소는 DNA 한 가닥을 본떠 RNA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대장균의 RNA중합효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T7 RNA중합효소'의 농도를 조절하면서 생산된 단백질이 달라지는 정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 효소의 농도가 높을수록 단백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잡음 현상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RNA중합효소와 결합하지 않은 DNA 특정 부위의 비율에 따라 잡음 현상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성과가 줄기세포나 암세포 등이 어떤 세포로 발달하는 지와 같은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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