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뭔가? 디자인? 브랜드? 혹시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라면 이 제품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보자. 국내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 티피오스가 매력적인 가성비의 보급형 이어폰 'RICH300'을 17일 출시했다. RICH300은 1만 원대의 커널형 이어폰으로 ‘가성비 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RICH100’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티피오스에 따르면 RICH300은 개발까지 총 8,760시간의 연구 시간이 투자됐다. 8,760시간을 날짜로 환산하면 1년이다. 티피오스의 말 그대로라면 꽤 공을 들인 제품인 셈. 티피오스는 보급형 이어폰에서 수준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고자 상당히 고심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무척 눈길을 잡아 끈다. RICH300은 출시 기념 이벤트로 35% 할인한 1만 9,800원에 판매된다. 선착순 1만 명은 3,000원에 판매 예정인 이어폰 보관용 파우치도 받을 수 있다.
무난한 디자인
RICH300은 1만 원대 이어폰임에도 알루미늄과 황동 재질을 조합해 헤드 부분을 완성했다. 1차 아노다이징 공법 코팅과 2차 유광 전착도금으로 색상을 제대로 표현하고 제품 부식을 막았다. 색상은 블루와 레드 2종. 리뷰한 제품은 파란색인데 청량한 느낌이 신선하다. 무채색 위주의 번들 이어폰 사이에서 확실히 ‘돈 주고 산’ 이미지가 난다.
그럼에도 같은 브랜드 제품군 사이에서 ‘낭중지추’라 할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그저 무난하다. 만약 티피오스 홈페이지(http://www.t-peos.co.kr/)를 한 번 둘러봤다면 알 것이다. 다양한 이어폰 모델들의 디자인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대체로 금속 느낌이 나는 이어폰 헤드 끝에 이어팁이 장착되어있는 커널형 이어폰이며, 헤드 아래에 칼국수면 같은 플랫케이블이 달려 있고, 색상도 블랙, 레드, 블루로 정형화되어 있다. 물론 따지려고 든다면 모델마다 조금씩 무늬나 굴곡진 형태 등이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꽤 비슷하다.
RICH300에는 크기가 다른 이어팁 3종과 고정 집게가 제공된다. 보급형 제품이다보니 따로 파우치 등이 들어있지 않다. 다만, 앞서 말했 듯이 선착순 1만 명은 반달 모양의 파우치가 제공되니 참고하자.
한국 사용자가 좋아하는 ‘중저음’에 특화
'L'자로 휘어진 플러그는 24K 도금해 접촉부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였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게 치는 사용자라면 끌릴만하다. RICH300의 임피던스는 32Ω이며 출력 음압 레벨은 100dB이다. 출력 주파수는 20Hz~15,000Hz로 가격대비 무난한 수준이다.
전작보다 2mm 큰 10mm 진동판을 탑재한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했다. 이로써 RICH300에서 조금 더 풍부한 소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 들어보니 기대보다 묵직한 중저음에 놀랐다. 아무래도 한국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중저음 부분에 특히 신경 쓴 듯싶다. ‘쿵쿵’ 울리는 느낌이 살아 있는 음악을 들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음악 몇 곡을 RICH300으로 들어봤다.
들국화의 명곡 중 하나다. 전반부에서 무심하게 읊조리는 듯한 전인권의 보컬의 매력이 살아난다. 평소 스마트폰 번들 이어폰으로 듣다가 RICH300으로 이 노래를 들으니 배경으로 들리는 피아노의 선율과 기타줄 퉁기는 소리가 보컬과 떨어져 더 입체적으로 들렸다. 중반부부터 드럼과 함께 크게 터지는 부분의 표현력도 꽤 좋은 편. 다만, 보컬이 높게 올라가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악기들에 묻히는 감은 있다. 중저음보다 고음역대의 표현력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좀 더 빠른 음악도 들어봤다. 평소 즐겨 듣는 Adele의 Rolling in the deep을 골랐다. 힘 있는 보컬이 듣기 좋은 노래다. 역시나 중저음을 강조한 제품답게 뒤에서 ‘쿵쿵’ 울리는 비트감을 잘 전달한다.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살리려다 보니 살짝 거친 느낌도 있지만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보컬을 잘 표현했다.
스마트폰용 제품으로 적절
앞서 언급했듯이 RICH300은 플랫 케이블을 채용했다. 줄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케이블 내부에 명주실을 넣었다. 사용자가 무심코 선을 잡아당겼을 때 잘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홈 같은 것이 파여있지 않은 밋밋한 케이블이라 옷 등에 쓸릴 때 귀로 전해지는 ‘터치 노이즈’는 조금 있는 편이다.
티피오스 특유의 왼쪽, 오른쪽 표기법이 이 제품에도 적용됐다. 왼쪽 이어폰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오른쪽에만 ‘T-PEOS R’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이기에 따지고 보면 왼쪽 이어폰 헤드에 ‘L’을 새겨넣을 이유가 없기는 하다. 기자는 처음 사용 시 이 부분이 꽤 헷갈렸지만 지금은 거의 적응했다.
오른쪽 선에는 마이크가 달려 있다. 재생/일시정지/시리(Siri) 등 음성 서비스 호출 기능을 이용 가능한 버튼도 하나 달렸다. 스마트폰용으로 사용하기 좋다. 다만, 음량 조절 버튼은 없다.
새로운 변화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워
최근 티피오스는 중저가 이어폰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며 시장 반응도 좋다. 다만, 제품별로 눈에 띄는 큰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제품들의 가격대도 비슷하고 디자인, 사운드적 특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뭔가 다른’ 티피오스 이어폰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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