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는 거대한 안테나가 달린 인공위성 운영동이 있다. 항우연이 관리하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을 추적하는 관제센터다. 이곳에선 18명의 전문 관제요원이 교대로 근무하며 365일 24시간 인공위성의 작동 상태를 체크한다. 지난달부터 이곳 관제센터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 인공위성이 행여나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위험은 없는지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17일 관제센터를 찾았다.
○ 73m, 99m, 114m까지 접근
관제센터 바로 옆에는 ‘카리스마(KARISMA)’ 팀 전용 분석실이 생겼다. 카리스마는 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우주 파편 분석 프로그램. 김해동 IT융합기술팀장과 관제요원 2명이 카리스마를 전담하고 있다. 김 팀장은 “우주 파편은 초속 7.9km가 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며 “손톱만 한 파편에 부딪혀도 값비싼 인공위성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13일 ‘과학기술위성 3호’가 옛 소련의 기상위성 ‘메테오르(METEOR) 1-10’ 파편이 99m까지 근접했지만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아리랑 3호도 올해 6월 우주쓰레기가 73m까지 다가온 기록이 있고, 아리랑 2호는 2011년 우주쓰레기가 114m까지 근접했다. 우리나라가 더이상 ‘우주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현재 우리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는 아리랑 2호와 3호, 5호 등 3기와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이 있다. 과학기술위성 3호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통신위성까지 포함하면 10여 기가 우주에서 매초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위험에 노출돼 있다.
○ 충돌 확률 1000분의 1 넘으면 회피기동 준비
카리스마 팀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11시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합동우주운영센터(JSpOC)에서 우주에 떠 있는 우주쓰레기 2만3000여 개의 궤도 정보를 받는다. 합동우주운영센터는 고성능 우주감시 레이더 26대와 지름 2m가 넘는 대형 우주감시 망원경 3대를 동원해 크기 10cm 이상인 우주쓰레기의 궤도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카리스마 팀은 일차적으로 이 정보를 우리 위성 궤도와 비교해 3일 뒤 충돌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때 기준은 1000분의 1이다. 충돌 확률을 계산했을 때 1000분의 1보다 큰 값이 나오면 위성의 회피기동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날은 위성을 예의 주시하며 충돌 확률을 주기적으로 계산한다.
둘째 날부터는 미국, 독일 등에 더 정밀한 우주쓰레기 궤도 정보를 요청해 충돌 확률의 오차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해도 충돌 확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관제센터는 위성을 회피기동시킬 명령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위성의 궤도를 바꿀 준비에 돌입한다. 이때 위성의 방향과 거리, 속도 등 위성의 움직임에 관계된 모든 값을 정확히 계산하는 게 핵심이다. 섣불리 위성을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확률이 더 커질 수 있다.
우주쓰레기의 위협에서 자국 위성을 지키기 위해 유럽연합(EU)은 독자적인 우주 관측 시스템을 2016년 완성할 계획이다. 과거에 설치한 과학용 우주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며, 여기에는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성능은 미국의 감시망보다 뛰어나 5cm 크기의 우주 파편도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에서 우주쓰레기의 궤도 정보를 받는 대신 충돌 위험이 높아지면 자체 레이더로 우주 파편을 추적해 위성의 회피기동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우주쓰레기 감시용 레이더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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