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로 해결 못했던 어깨통증… 벌침시술 15분 받자 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기자 체험 클리닉]<16>어깨결림 한방치료

검사결과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노랗게 표시된 목, 어깨, 등 상부.
검사결과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노랗게 표시된 목, 어깨, 등 상부.
직장인들에게 흔한 질병이 된 어깨통증.

대개는 아프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마사지 정도로 해결하기 일쑤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심할 경우 한 달에 60만∼70만 원까지 안마비로 썼지만 받고 나면 그때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는 않았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하루 이틀 다니다 보면 다시금 어깨가 심하게 아파왔다. 어깨통증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19일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을 찾았다.

○ 혈액이 뭉친 곳이 통증의 근원

한방병원에서 어깨통증을 치료하려면 우선 체열 검사부터 해야 한다.

어깨통증의 종류에 따라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기자의 경우 어깨 근육이 뭉쳐 아픔을 느끼기는 해도 어깨를 움직일 때 관절에 통증을 느낀 적은 없다. 이럴 경우엔 체열 검사를 해서 통증 부위의 혈액 순환 상태를 체크한다. 피가 잘 통하는 곳은 붉은색으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은 노란색으로 표시된다. 맥, 자율신경, 체열 검사 등을 다 하는 데에는 30분 정도가 걸리고 비용은 약 7만 원이 든다.

이재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어깨가 딱딱하게 굳은 곳의 체열을 검사하면 혈액이 뭉쳐 제 기능을 못하는 ‘어혈(瘀血)’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부분 위주로 침 시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기자의 상반신을 찍은 체열 사진엔 승모근부터 등 위쪽까지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반면 다른 부위는 모두 붉은색이었다.

○ 뭉친 피를 맑게 하는 ‘봉독(벌침)’ 시술

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이재동 교수가 김수연 기자(앞쪽)의 어깨와 등에 봉독 시술을 하고 있다. 봉독은 벌의 침에서 추출한 독성분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피가 뭉쳐 있는 것을 풀어주고 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이재동 교수가 김수연 기자(앞쪽)의 어깨와 등에 봉독 시술을 하고 있다. 봉독은 벌의 침에서 추출한 독성분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피가 뭉쳐 있는 것을 풀어주고 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 교수는 혈액순환이 안 되는 어깨와 등 위쪽에 ‘봉독요법’을 사용했다.

봉독요법이란 벌의 독을 추출해 어깨 주위의 치료점에 주입하는 것이다. 봉독은 천연항생제로 소염진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해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데에 사용되는 시술 중 하나다.

기자는 그동안 통증이 있을 때 무조건 마사지숍부터 찾았다. 이 교수는 “혈액순환을 다스리지 않고 안마로 통증을 없애는 것은 일시적인 처방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봉독요법은 통증 부위를 위주로 수십 번 침을 찔러가며 벌의 독을 주사하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약간 따끔거리긴 하지만 주사를 맞을 때만큼 큰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봉독주사는 한 번 시술에 약 4만 원이 든다. 이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주 2회씩 시술을 받되, 총 10번 정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덜 맞고도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단 한 번의 시술로도 어깨가 많이 가벼워졌다. 이 시술을 받은 직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 다녔지만 이전처럼 어깨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봉독요법’은 벌에게 쏘인 것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시술 직후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벌레에 물렸을 때 쓰는 연고를 바르면 가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 바늘을 찔렀지만 자국은 하루 이틀 사이 없어졌다.

○ 올바른 생활습관이 필수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밤엔 불면증에 시달리니 어깨가 온전할 수 있나요?”

기자는 시술 과정에서 어깨통증을 유발하는 잘못된 생활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치의가 지적한 가장 큰 원인은 수면장애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자면 딱딱하게 뭉친 어깨의 상태가 풀리지 않고 만성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체질은 오후에 카페인을 섭취해선 안 된다.

무거운 가방을 메는 것도 어깨통증을 유발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기자는 고1 때부터 만성적인 어깨통증에 시달렸다. 학창 시절 내내 매일 하루에 배우는 과목 7, 8권의 책을 참고서까지 모두 짊어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입사한 뒤에도 2kg에 가까운 노트북과 화장품, 헬스장에서 입어야 하는 옷까지 전부 가방에 넣고 다녔다. 이렇게 어깨를 짓누르면 어깨 부위의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아 통증이 악화된다.

이 교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깨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자세를 피하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치의 한마디]“스트레스 줄이고 어깨 풀어주는 운동 자주 해야”

이재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이재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김수연 기자는 직장인들이 흔히 앓고 있는 만성 어깨통증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목 어깨 주위를 만져보면 근육이 많이 경직되어 있는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근막통증증후군이라고 한다.

현대 직장인들은 업무상 저녁에 잠이 부족하며,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럴 경우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는 기운이 위로 자주 뻗치면서 어깨와 목 주위 근육이 뭉치게 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에 김 기자의 경우 체질적인 문제가 더해져 불면증에 시달린 데다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게 습관이 돼 근막통증이 더 악화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통증에 시달렸지만 병원을 찾은 적은 없고 매번 마사지숍을 찾았다고 하니 사실상 10여 년간 통증의 근본원인을 찾지 못했던 셈이다.

체열검사를 바탕으로 어깨 주위에 피가 뭉쳐 있어 통증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맑게 하고 순환에 도움을 주는 봉독요법을 시술했다.

여러 해 지속된 어깨통증을 하루아침에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혈액순환을 위해 봉독시술을 받고, 어깨를 풀어주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업무 특성상 쉽진 않겠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재동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어깨통증#벌침시술#생활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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