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미래 부산서 결정… 한국형 모델 세계에 알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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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 전권회의 D-20]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 ICT융합·IoT촉진 논의

현재 국민의 눈과 귀는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인천에 쏠려 있다. 다음 달 4일 아시아경기대회가 폐막하면 18일부터는 ‘제11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또다시 인천의 스포츠 열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는 곳이 있다.

다음 달 20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개막하는 부산이다.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스포츠 대신 딱딱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주인공이라 흥미가 조금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4년마다 개최되는 이 국제회의가 갖는 의미는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못지않다. 특히 ICT가 모든 산업부문과 융합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는 ITU 전권회의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꼭 20일이 남았다.

글로벌 ICT 정책방향 결정

ITU 전권회의가 중요한 점은 글로벌 ICT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193개 ITU 회원국들은 전권회의에서 채택된 핵심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별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ITU 전권회의 의결은 비록 강제력은 없더라도 글로벌 ICT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이다.

1994년 일본 교토 회의에서는 ICT 정책 및 규제 이슈를 논의할 정보통신정책포럼(WTPF) 설립이 결정됐고, 1998년 미국 미니애폴리스 회의에선 인터넷 관련 결의가 처음 채택됐다. 2002년 모로코 마라케시와 2006년 터키 안탈리아에서는 각각 사이버 보안과 개도국의 정보격차 해소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직전의 2010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회의는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를 위한 ICT 역할과 온라인 아동보호에 대한 결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부산 회의의 핵심 의제 후보를 내기 위해 ITU 회원국들은 지난해부터 유럽, 미주, 러시아·중앙아시아, 중동, 아시아·태평양 등 5개 지역별로 사전 준비회의를 가져 왔다. 아태지역은 지난해 4, 10월, 올해 5, 8월 등 총 4차례 회의를 열어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IoT) 촉진을 의제로 최종 채택했다. 개최국인 한국이 주도한 이 두 의제는 아태지역을 넘어 ITU 전권회의 핵심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아태지역은 또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을 계기로 여러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항공기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주파수 분배안이 ITU 전권회의에서 논의되길 기대하고 있다.

미주와 유럽은 각각 ICT 분야의 청년 활동 및 역할 강화와 인터넷 공공정책 논의 완전 개방을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디지털 격차 해소와 환경보호를 위한 ICT의 역할을 이슈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랍지역은 “인터넷 및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ITU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ITU 전권회의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은 향후 글로벌 정책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만약 ICT 융합과 IoT 촉진이 전권회의 핵심 의제로 채택된다면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참여자들의 화려한 면면들

ITU 전권회의는 각국 ICT 정책을 대표하는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더 주목받는 행사는 다음 달 27,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글로벌 ICT 프리미어 포럼’이다. ICT 부문의 국내외 스타 기업인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기업 SAP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짐 스나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글로벌산업센터 의장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스나베 의장은 포럼 주제인 3C(창조적 정부, 기업, 사용자)를 균형적 관점에서 발표할 수 있는 최적의 연사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 포럼에서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이 ‘창조적 정부’와 관련해 발표를 맡을 예정이다. 국내 창조경제의 ‘산파’ 역할을 해온 윤 차관의 발표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조적 기업’의 대표로는 황창규 KT 회장과 셜리 위 추이 한국IBM 사장이 나선다. 황 회장은 소비자 수요에 즉각 반응해 기업 생태계를 바꾼 KT의 실감형 TV 전략을 소개하고, 추이 사장은 ‘5 in 5’, 즉 5년 내에 이뤄질 5가지 혁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창조적 유저’에 대한 연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세계적 스타트업 바이버미디어의 CEO인 탈몬 마르코 대표다. 2010년 설립된 바이버미디어는 현재 약 200개국에서 3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무료 통화 및 무료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바이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2월 일본 라쿠텐(樂天)에 무려 9억 달러(9387억 원)에 인수됐다. 마르코 대표는 김상헌 네이버 사장, 이석우 카카오 사장과 함께 ‘유비쿼터스 세상의 중심’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세계 최대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로버트 페퍼 부사장도 온다. 그 역시 창조적 유저의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의 ICT 혁신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페퍼 부사장은 빅데이터와 만물인터넷(IoE)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도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시장 선점 비결 등을 공유한다.

ITU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전신은 1865년 유럽에서 설립된 유선통신 부문 국제협력기구인 만국전신연합이다. 제1회 ITU 전권(全權)회의는 그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전권회의란 말은 국가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이 참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ITU는 1947년 유엔 산하의 정보통신 전문기구가 됐다. 회원국은 48개 이사국을 포함해 193개국이고 850여 개의 기업 및 연구기관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1948년 ITU 국제회의에 처음 참가했고 1952년 1월 정식 가입했다. 1989년 프랑스 니스에서 첫 이사국 진출에 성공한 뒤 여섯 번 연속 이사국에 선임됐고, 올해 부산에서 이사국 7선에 도전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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