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우주 쓰레기 2만3000개,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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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3일 15시 18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센터 
연구원들이 중앙관제실에서 우리나라 인공위성의 충돌 위험성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센터 연구원들이 중앙관제실에서 우리나라 인공위성의 충돌 위험성을 확인하고 있다.

9월 13일 오후 우리나라 인공위성 ‘과학기술위성 3호’가 옛 소련의 기상위성 ‘메테오르(METEOR) 1-10’ 파편과 99m까지 근접해 스쳐 지나가면서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모면했다. 소중한 우리나라 위성이 하마터면 우주 쓰레기와 부딪쳐 사라질 뻔했던 것이다.

이런 우주 교통사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9년엔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위성이 충돌해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 일이 있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도 이런 우주 쓰레기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이 크게 부서지고, 그곳에 머무르던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그렸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우주 교통사고


이런 우주 교통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인공위성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있고, 우주에 흩어져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수많은 우주 파편과 인공위성이 서로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우주 파편들을 흔히 ‘우주 쓰레기’라고 부르는데,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물 중 쓸모가 없는 것’을 뜻한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인공위성 발사 과정에서 분리된 각종 부속물, 오래된 위성이나 로켓 분리체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부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주 쓰레기는 지름 10cm를 넘는 것만 2만3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확지는 않지만 지름 1cm를 넘는 것을 모두 합하면 50만~60만 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1cm 이하인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수백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떠도는 것은 지구 중력을 이길 만큼 빠른 속도로 돌기 때문이다. 초속 7.9km가 넘으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초속 11.2km보다 빠르면 아예 지구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로 튀어 나가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김해동 IT융합기술팀장은 “우주 파편은 총알보다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며 “손톱만한 파편에 부딪혀도 값비싼 인공위성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위성끼리 혹은 우주 쓰레기와 인공위성이 부딪치는 우주 교통사고는 최근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고는 엄청난 수의 파편을 만들기 때문에 우주 쓰레기를 더욱 늘리는 주범이 된다. 2009년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위성 교통사고 때는 거대한 파편 구름 2개가 관측됐을 정도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위성을 원격 조종해 충돌 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는 모든 우주 쓰레기의 궤도를 추적하고 계산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이런 능력을 가진 곳은 미국 합동우주운영센터(JSpOC)가 유일하다. 미국은 고성능 우주감시 레이더 26대, 지름 2m가 넘는 대형 우주감시 망원경 3대를 동원해 지름 10cm가 넘는 우주 쓰레기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다만 원거리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라 40~50m 오차는 있을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런 정보를 이용해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회피기동을 이미 10여 차례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우연이 운영하는 3대의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과 정지궤도위성 ‘천리안’은 독자적인 추진기를 달고 있어 회피기동이 가능하다. 문제는 추진체가 없는 소형 위성들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센터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위성 3호’는 자체 추진기가 없어 회피기동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9월 13일 이 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충돌 위험이 감지되자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는 위성의 자세제어 기능을 이용해 태양전지판을 충돌이 예상되는 각도와 최대한 평행하게 조종했다. 위치를 아예 옮길 수는 없지만 몸체를 비틀어 부딪치는 것을 최대한 피해보려 노력한 것이다.

지구 주위를 뒤덮은 세계 각국 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왼쪽).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들은 파괴된 인공위성에서 날아온 파편 때문에 우주 미아가 
된다.
지구 주위를 뒤덮은 세계 각국 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왼쪽).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들은 파괴된 인공위성에서 날아온 파편 때문에 우주 미아가 된다.
2021년 쓰레기 감시용 레이더 도입키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우주 교통사고 대응 업무를 하는 곳은 항우연이 유일한데, 자체 개발한 분석 프로그램 ‘카리스마(KARISMA)’를 이용해 8월부터 충돌 예측을 시작했다. 전담 직원은 2명이지만, 인공위성 운영팀 18명이 일일 4교대로 24시간 대기하며 인공위성 상태를 확인한다.

우리나라에는 고성능 관측 장비가 없기 때문에 우주 쓰레기 궤도 정보는 전적으로 미국에서 받아온다. 이 정보를 받아 위험확률을 계산하고 회피기동을 결정하는 것은 카리스마팀의 몫이다. 미국에서도 기본적인 충돌확률을 계산해주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계산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며, 우리 위성 궤도는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팀은 JSpOC로부터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 11시에 우주 쓰레기 궤도 정보를 수신하고, 우리나라 인공위성 궤도와 비교해 사흘 후 충돌 가능성을 예측한다. 현재는 항우연이 운영하는 위성 4대에 대해서만 충돌 예측을 하고 있다.

이때 기준은 1000분의 1이다. 충돌확률을 계산했을 때 1000분의 1보다 큰 값이 나오면 회피기동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미국, 독일 등에 더 정밀한 우주 쓰레기 궤도를 측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만약 하루 전날까지 충돌확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회피기동을 할 방향과 거리, 속도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섣불리 위성을 움직이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쓰레기 감시는 최근 해외 각국이 관심을 두는 분야다. 유럽연합(EU)은 2016년까지 독자적인 우주관측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미 보유한 과학용 우주레이더와 광학망원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며, 여기에 우리 돈으로 2조 원 이상이 든다. 성능은 JSpOC 감시망보다 뛰어나 5cm 크기의 우주 쓰레기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미국에서 우주 쓰레기 궤도 정보를 받는 대신 충돌 위험이 높아지면 자체 레이더로 우주 쓰레기를 추적해 위성의 회피기동을 돕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우주 쓰레기 감시용 레이더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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