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해를 사이에 두고 덴마크 코펜하겐과 마주보고 있는 스웨덴의 작은 도시 룬드. 코펜하겐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해저터널을 지나 1시간 정도 달리니 스웨덴 최남단에 위치한 룬드가 나타났다.
월요일 아침 룬드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화려하고 분주한 대도시의 아침 풍경과 달리 소박하고 느긋했다. 이런 룬드가 최근 유럽 과학 연구의 중심지로 급부상하며 ‘스웨덴 성공 스토리’로 불리고 있다. ‘사이언스 빌리지 스칸디나비아(Science Village Scandinavia·SVS)’ 프로젝트 덕분이다.
○ 작은 대학도시가 이룬 성공 스토리
“룬드대가 운영할 새로운 가속기 ‘맥스(MAX) IV’가 내년에 완공되고, 유럽의 14개국이 공동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가속기 ‘유럽파쇄중성자원(ESS)’이 2019년 완공됩니다.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 시설인 최첨단 가속기 2기가 한꺼번에 룬드에 들어서는 것이죠.”
콜린 카를릴레 SVS 특별 고문(사진)은 룬드의 성공 비결로 대형 가속기를 꼽았다. 이들 가속기는 SVS를 세계 최고의 과학 연구단지로 만들 핵심 시설이다. 룬드대는 현재 방사광가속기 맥스 I, II, III 3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밝은 X선 빔을 내는 맥스 IV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ESS는 기존의 중성자빔보다 30배 가까이 밝은 중성자빔을 생산한다.
지난해까지 ESS 소장을 맡아 ESS를 룬드로 유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카를릴레 고문은 “그르노블에 세계 최고의 중성자빔 가속기를 갖춘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영국, 스페인, 헝가리 등 유럽의 선진국들이 모두 자국에 ESS를 유치하고 싶어 했다”며 “룬드가 서유럽과 북유럽 모두에서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데다 스웨덴이 ‘노벨상의 나라’로 인식된 점도 유치 성공을 도왔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도 한몫했다. 전통적인 과학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7%를, 덴마크는 3%를 연구개발(R&D) 예산으로 투입하는 반면 스웨덴 정부는 GDP의 4%를 R&D에 투입하면서 유럽 내에서 과학기술 연구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소도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SVS를 도심에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SVS 건설 책임자인 울리카 린드마르크 대표는 “룬드 시 중심에서 SVS까지 5km에 불과하다”며 “SVS가 룬드라는 작은 도시를 세계 최고의 과학 도시로 탈바꿈시킬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최첨단 가속기 중심으로 과학도시로 도약
카를릴레 고문을 따라 SVS 현장을 찾았다. 도심에 위치한 룬드대 캠퍼스를 지나 자동차로 3분 정도 더 달리자 ‘사이언스 빌리지 스칸디나비아’라고 적힌 깃발이 나타났다. 지금은 SVS 부지의 대부분이 농지이지만 몇 년 안에 이곳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드는 연구소로 탈바꿈한다.
맥스 IV는 이미 둥근 고리 모양의 가속기 본체가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냈고, ESS는 터를 닦는 토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카를릴레 고문은 “룬드대 물리학부와 의학부는 아예 SVS로 캠퍼스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SVS는 생명과학, 화학, 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자들을 룬드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VS는 가속기와 연구소가 합쳐진 형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과 유사하다. 용홍택 미래부 연구공동체정책관은 “국내에서 시도하는 첫 도심연구소 격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7년 완공되고, 핵심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도 2019년 1차 완공된다”며 “룬드가 SVS를 통해 과학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처럼 대전도 과학비즈니스벨트를 통해 한 단계 향상된 과학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