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이 척추 모형을 들고 환자에게 척추관협착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도일병원 제공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척추 질환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척추가 휘어지거나 구부정해지면서 척추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곤 한다. 척추 노화로 인한 질병 중 하나인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 내의 뼈, 인대, 디스크 등의 퇴화가 진행돼 나타난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고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젊은이들도 ‘척추 노화’에 노출
원래 이 병은 주로 40대 이후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등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척추관협착증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척추의 노화’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나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생기듯 척추도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나 인대의 힘이 약해진다. 이러다보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척추가 받는 하중도 점점 커져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예전보다 스마트 기기의 사용률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 역시 척추의 퇴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나 태블릿PC 등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늘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이런 생활 습관을 반복하다보면 목이 일자로 휘어지고 허리 역시 구부정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척추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을 압박해 젊은 나이에도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디스크 vs 척추관협착증
허리의 대표적인 질환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다. 허리디스크는 통증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며 통증이 주로 허리부터 시작해 다리 쪽으로 점차 옮겨진다. 허리 부근에 문제가 생겼음을 곧바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대부분 퇴행성 변화로 발병해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처음엔 허리가 약간 불편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허리 디스크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나, 구체적인 증상은 디스크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년간 증상을 방치하면 우리 몸은 통증에 적응해 버리고 만다. 척추관이 증상 없이 점차 좁아져 결국 척추관 안의 다리신경을 누르게 되면 위험하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를 숙였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이에 비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숙일 때 오히려 통증이 줄어든다. 또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심하지 않던 통증이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유독 심하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엉치 또는 허벅지, 종아리, 발끝이 저리거나 아프거나 땅길 때 △다리 근육이 가늘어지고 힘이 약해졌을 때 △장딴지에 쥐가 자주 날 때 척추관협착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척추관협착증 치료법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할 경우 비수술 요법을 통해 척추관의 협착을 풀고 통증을 치료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신경성형술(경피적 신경외강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성형술은 지름 1mm 미만의 특수 카테터를 척추관 내에 삽입해 협착된 부위까지 도달시킨 뒤, 실시간 영상장비인 C-Arm으로 아픈 부위를 직접 확인하며 유착을 풀고 유착방지효소제와 항염증제를 주입해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법이다. 수술과 달리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치료법인 ‘경막외 내시경술’은 내시경을 이용해 척추관과 경막외강을 육안으로 관찰하고 통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내시경과 C-Arm을 동시에 사용해 시술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풍선을 이용한 ‘경막외 유착박리술’도 개발됐다. 이 시술법은 좁아진 척추관에 풍선확장기능이 포함된 특수 카테터를 삽입해 협착 부위를 확장시킨 후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 방식 때문에 ‘풍선확장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풍선확장술에 사용되는 특수 카테터와 풍선 확장 기능은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특수 제작되어 있다. 또 실시간 영상장비로 시술 부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하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 척추 주변의 손상된 인대를 치료하는 인대강화주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대강화주사는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해 약해진 인대를 재생시키고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 척추를 고정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도일병원의 고도일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가 퇴행해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통증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통해 척추가 휘는 것을 방지하고,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해 척추에 실리는 하중의 부담을 덜어주면 척추관협착증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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