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Beauty]더욱 정교해진 로봇 팔, 바느질-봉합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다빈치 Si’ 수술시스템 실습해보니

본보 이진한 기자가 로봇트레이너 김미연 씨(왼쪽)의 도움으로 ‘다빈치 SI’의 로봇팔을 만지면서 실습을 하고 있다.
본보 이진한 기자가 로봇트레이너 김미연 씨(왼쪽)의 도움으로 ‘다빈치 SI’의 로봇팔을 만지면서 실습을 하고 있다.
기자는 2009년 7월에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 수술로 널리 알려진 다빈치를 직접 만지면서 체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약 20여 대만 도입됐고 비용도 대당 25억∼35억 원에 해당되는 고가의 장비였습니다. 그때 다빈치는 주로 비뇨기과의 전립샘(선)암 정도에만 효과가 있는 시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지금 다빈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최근에 기자는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 사옥(서울 강남구)에서 다빈치의 가장 최근 버전인 ‘다빈치 Si’ 수술 시스템을 가지고 의사들이 받는 실습 교육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5시간에 걸쳐 받았습니다.

5년 전에 비해서 더욱 섬세해진 터치감과 입체감으로 기계치인 저도 예전에 비해 더욱 쉽게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의 현실에서 실제 수술처럼 바느질 및 봉합을 하면 로봇 팔이 내 손목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 시야와 3차원(3D) 입체화면 덕분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로봇 팔을 작동시켰습니다. 이날 아시아 의료진의 로봇 수술기 사용에 관한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전문트레이너인 김미연 대리가 친절하게 교육시켜 준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2014년 현재 국내에 도입된 다빈치 개수만 46대에 이르러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보유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대당 비용은 5년 전과 비슷합니다. 전립샘암의 경우 수술비용은 초창기엔 평균 1000만 원 가까이 들어 환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는데요. 지금은 최소 500만 원부터 형성돼 있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역시 병원들끼리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작회사는 로봇 팔에 사용되는 핀셋, 가위 등 소모품을 10회 이상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아 한 번 수술을 하면 순수 소모품 비용만 200만∼300만 원이 들어가도록 한 상황입니다. 횟수 제한을 좀 늘렸으면 수술비용을 더 크게 아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회사 측은 10회 제한은 환자 안전을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횟수라고 합니다.

현재 다빈치의 수술 대상은 크게 확대됐습니다. 로봇 수술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인 전립샘 질환은 내시경 시술보다 수술 성적이 좋다는 논문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외에 자궁 질환, 결장암, 직장암, 심장 질환, 위암, 갑상샘암 등이 내시경 수술보다 더 좋은지에 대해 현재 연구 중입니다.

요즘 다빈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초창기엔 사람의 몸에 구멍을 3∼5개 뚫어서 수술하던 것이 지금은 구멍을 하나만 뚫어서 하는 단일공 다빈치 수술도 점차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궁절제술, 담낭절제술과 같은 수술에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모델인 ‘다빈치 Xi’ 시스템도 곧 국내 허가가 될 예정이라 많은 의료진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팔이 보다 가늘어지고 팔 움직임도 수월해져 기존에 비해 수술범위도 넓어졌다고 합니다.

또 최근엔 다빈치를 추격할 만한 로봇 수술의료기기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정부와 여러 기관의 협력 아래 삼성전기, 서울대, 연세의료원, DGIST, KAIST, 전자부품연구원이 참여하며 ㈜미래컴퍼니에서 개발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 로봇이 있습니다. 현재 초기 동물실험 단계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발을 지속한다면 향후 몇 년 안에 국내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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