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정확히 20년이 된다. 1994년 군 복무 시절, 운동장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골대 앞에서 슛을 하는 순간 상대 수비수가 공 대신 내 발목을 걷어찬 것. 순간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나뒹굴었다. 발목이 뒤로 꺾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당시 대부분의 군인이 그렇듯이 이 정도 부상은 일도 아니었다. 의무실에서는 바르는 소염제와 파스 정도로 치료를 마무리했다. 며칠간 통증이 남아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불굴의 정신으로 고통도 이겨내야 하는 군대인 것을…. 다행히 부대 밖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 고통은 덜해졌다.
○ 부상 방치하면 관절염 올 수도
이 사건 이후 내 발목은 힘이 쭉 빠졌다. 축구를 하거나 30분 이상 빠르게 걸으면 발목이 붓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도 한강변을 1시간 이상 걸었더니 발목이 부었다. 회사 축구팀의 일원으로 축구를 즐겨왔는데, 이 상태로는 더는 축구를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치료를 위해 서울 강남구 이경태정형외과를 찾았다. 이 병원 이경태 원장은 프로축구팀 제주유나이티드와 야구팀 LG트윈스 주치의를 맡고 있는 발 관련 질환 전문가로 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12월부터 대한족부족관절학회 회장도 맡는다.
먼저 이 원장의 문진이 시작됐다. 20년 전 다친 과정과 현재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발목의 여러 부위를 눌러보며 고통이 있는지를 물었다. 복숭아뼈 바로 아래를 누르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왔다.
X선 검사가 이어졌다. 발목을 좌우로 비틀어 발목 인대의 손상 여부를 보는 검사였다. 검사 결과 인대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밀검사인 초음파검사에서 인대 손상이 나타났다. 손상 정도는 1∼3단계 중 3단계를 가장 중증이라고 했을 때, 2단계에 해당했다.
이 원장이 내린 진단명은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과 ‘장무지굴건염’이었다. 정상인 경우 인대가 발과 발목을 견고하게 연결해 주지만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은 인대가 늘어나 발과 발목이 느슨하게 이어진 상태다. 운동선수에게 족관절 불안정성이 생기면 급회전, 급제동, 점프 등의 순간에 발목 이상을 느낀다.
여기에 2차적으로 엄지발가락을 펴고 구부리는 데 사용하는 힘줄인 장무지굴건에도 염증이 생겼다. 이 염증의 증상은 대개 뒤쪽 바깥 발목이 답답하거나 아프다. 마치 아킬레스힘줄이 아픈 것처럼 말이다. 방치하면 복숭아뼈 바로 아래가 붓고 누르면 아프다. 엄지발가락을 많이 쓰는 발레리나에게 흔한 병이다.
이 원장은 “발목을 처음 다쳤을 때 초음파 등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후유증을 방치했을 때 30% 정도는 관절염으로 발전하고, 관절염이 더 빨리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 발목 보호대로 예방, 얼음찜질로 치료
이 원장은 먼저 바깥쪽 복숭아뼈 밑 부분에 소염제 주사를 놓았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조치였다. 이어 고주파 체외충격파로 발목 안쪽을 집중적으로 치료했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꽤나 참기 힘들었다. 또 무엇보다 얼음 마사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 세 번 20∼30분씩 인대와 장무지굴건 부위에 얼음 마사지를 하면 근육과 인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좋다.
재발 방지를 위해 다친 부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엄지발가락을 땅에 대고 힘껏 밀어내고, 발 바깥쪽을 벽에 대고 밀어내는 운동을 통해 발의 주요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2주 뒤에 병원을 찾았을 때 상태가 호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충격파 치료를 받고 얼음 마사지와 근육 강화 운동을 계속하라는 처방도 받았다. 발목이 완전한 상태로 다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6주 뒤 줄넘기 100회를 했을 때 발목에 통증이 없어야 한다.
가을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며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발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해야 하며 △격한 운동을 할 때나 불안함을 느낄 때는 발목 보호대나 테이핑을 하고 △운동 종류에 따라 발목을 보호하는 적절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축구를 할 때 유의 사항도 전했다. 일반인은 직업 선수보다 진행 시간을 짧게, 운동장의 규격은 작게 해야 하며, 유소년은 성인보다 작은 공을 사용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발목을 접질린 뒤 3∼4일이 지나도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거나, 다친 쪽 발로만 서 있기가 힘들거나, 부상 뒤 곧바로 많이 부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주치의 한마디]발목 삔 10명중 3명 후유증… 6주이상 아플땐 정밀진단을 ▼
민병선 기자는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삔 후 후유증으로 힘줄 등이 부은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발목을 삔 뒤에 후유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10명 중 3명꼴로 생각보다 많다. 발목을 삔 후에 잘 치료하지 않으면, 인대가 늘어져 붙는 불안정성이 발생한다.민 기자와 같은 경우에는 일단 보조기로 인대를 다시 붙여보는 작업을 3주가량 진행하면서 다친 부위의 통증을 조절한다. 얼음찜질과 소염제를 2주가량 병행해 써보는 것도 일반적이다.
발목 손상은 의외로 많은 후유증을 동반하는 질환이고 초기에 정확한 발목 고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을 삔 후 6주 이상 잘 낫지 않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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