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나는 작은 반도체 결정… 차세대 디스플레이 재료로 각광
삼성, 소니 이어 퀀텀닷TV 2015년 공개… 고효율 꿈의 태양전지에 활용 가능
소니는 2013년 세계가전전시회에서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인 ‘XBR-X900A’를 처음 공개하며 ‘퀀텀닷 열풍’을 이끌고 있다. 아래 사진은 서울대가 개발한 퀀텀닷 발광다이오드(LED). 소니코리아·서울대 제공
최근 전자업계의 최대 화두는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이다. 소니가 지난해 퀀텀닷 TV를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내년 초 퀀텀닷 TV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올해 퀀텀닷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했다.
○ 스스로 빛나는 작은 반도체 결정
퀀텀닷은 1980년대 초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이었던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1983년과 1984년 잇달아 ‘화학물리학저널’에 아주 작은 반도체 결정을 발표했고, 이후 마크 리드 예일대 교수가 퀀텀닷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퀀텀닷은 실제로 수백∼수천 개의 원자가 뭉친 덩어리지만 지름이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매우 작아 양자 구속 효과 등 다양한 양자역학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퀀텀닷은 별도 광원 없이 전압을 가하기만 하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재료로 주목받게 됐다.
이창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퀀텀닷은 재료 조성을 바꾸지 않고 결정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퀀텀닷의 지름이 짧을수록 푸른빛이 나오고 길수록 붉은빛이 나온다”고 말했다.
○ 무독성 퀀텀닷 개발 세계 최고 수준
국내 퀀텀닷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창희 교수 등 서울대 연구진은 인체에 무해한 퀀텀닷을 개발하고 있다. 퀀텀닷은 황화카드뮴(CdS), 카드뮴셀레나이드(CdSe) 등 카드뮴 계열로 중심체(코어)를 만든 뒤 그 주변을 황화아연(ZnS) 껍질로 싸는 게 일반적이어서 중금속 중독의 소지가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인화인듐(InP) 중심체에 아연-셀레늄-황 합금(ZnSeS)으로 바깥을 감싸 카드뮴 없이 녹색 퀀텀닷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전석우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8월 순수 흑연으로만 이뤄진 ‘그래핀 퀀텀닷’을 만들었다. 전 교수는 “그래핀 퀀텀닷은 생체 독성이 적어 간세포와 줄기세포용 염료 등 바이오 이미징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퀀텀닷으로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광자 하나에서 전자 하나를 만드는 태양전지의 경우 효율이 30% 정도인데, 퀀텀닷으로 태양전지를 만들면 광자 하나에서 전자를 한 개 이상 만들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퀀텀닷으로 효율 60%를 넘는 ‘꿈의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손동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3색 퀀텀닷을 접목한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기존 유기태양전지는 주로 자외선(UV) 파장을 흡수하지만 퀀텀닷을 이용하면 태양빛의 거의 모든 파장을 흡수할 수 있다. 손 연구원은 “붉은색 퀀텀닷을 유기태양전지에 붙여 기존 유기태양전지보다 효율을 20% 이상 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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