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건강관리’ 토론회
미숙아 출산 해마다 느는데 정부 지원은 되레 뒷걸음질
이른둥이 33.6% 퇴원 후 1년내 1.8회꼴 다시 입원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차현정 씨(가명)는 몇 해 전 쌍둥이 임신 25주 차에 감기 증세로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다음 날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은 차 씨는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수도권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차 씨는 이 병원에서 양막염 진단을 받고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지만, 둘째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남편은 아이의 치료비를 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의료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예산이 떨어졌다는 말만 들었다.
차 씨의 경우처럼 이른둥이(미숙아)는 출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부와 사회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신생아집중치료실이 부족하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전국 1614병상이 운용되고 있지만, 서울과 강원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병실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의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지원사업’ 예산도 2013년 104억 원에서 올해는 96억 원으로 줄었다. 본보는 이 같은 이른둥이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른둥이 건강관리 도전과 당면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장기가 미성숙한 이른둥이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남궁란 회장은 “이른둥이들은 만삭아에게서는 없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성인으로 말하자면 중환자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른둥이가 태어나면 치료비가 많이 든다. 가정엔 큰 부담이다.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 이른둥이를 둔 가정 중 60%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빚을 지거나, 금융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미흡하다.
이정국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2009년 아들 하연이가 태어나고 정부나 어떤 기관에서도 지원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700g의 몸무게로 태어난 하연이는 다른 아이들이라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2.1kg에 이르자 퇴원했다”면서 “이후 1년 반이 지나 미숙아라는 수식어를 떼어도 된다는 주치의의 말을 들을 때까지 피부로 느낄 만큼의 어떤 지원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른둥이 퇴원 이후 대책 마련돼야
이른둥이의 33.6%는 집중치료실 퇴원 후 1년 이내 평균 1.8회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원 이후 지출이 많은 의료비 항목은 외래진료가 56.6%, 재입원이 18.5%, 재활치료가 13.7%의 순이었다. 특히, 재입원의 경우 10명 중 3명은 일주일 이상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1500g 미만의 극소체중아의 경우 44.2%가 2∼3개월 입원, 40.7%가 3∼4개월간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이른둥이들의 퇴원 이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김용익 의원은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이른둥이의 의료비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른둥이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태어난 시기인 급성기에 대부분 맞춰져 있는데, 적어도 퇴원 후 2∼3년 동안 더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시기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은애 교수는 “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원 후 총 96회 외래를 방문한 사례가 있을 만큼 이른둥이에 대한 퇴원 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향제 과장은 “토론회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내년에는 157억 원으로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내용이 국회 상임위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둥이는 장애아’란 편견 벗어야
이른둥이 가정의 지원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이 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장애치료를 하면 나아질텐데, 가난 때문에 치료시기가 늦어지거나 부부간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이른둥이에 대한 치료비와 퇴원 후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정국 대표는 “정책지원 마련 이전에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부터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부의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지원사업’이라는 명칭부터가 이른둥이는 장애아가 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창렬 교수는 “이른둥이가 늘어나는 추세는 바꾸기 힘들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른둥이의 생존률과 장애 발생률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김용익 의원은 복지와 인권 측면에서 이른둥이 문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른둥이를 출산하면 의료비가 크게 늘고 동시에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입이 줄어든다”면서 “아이를 주로 낳는 결혼 초반에 이른둥이로 인해 빈곤가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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