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토종벌 유전자’ 해독 성공, 로열젤리 다른 이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14시 12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토종벌 유전자 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로열젤리나 벌꿀을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물론 전염병 예방에 필요한 면역 관련 유전자까지 밝혀져 위기에 처한 양봉농가에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권형욱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팀은 토종벌 유전체 1만600개를 모두 밝혀내고 국제학술지 ‘비엠씨 지노믹스(BMC Genomics)’ 1월 2일자에 게재했다. 벌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한 것은 서양벌과 꼬마꿀벌에 이어 세 번째다.

토종벌꿀과 로열젤리는 서양벌을 양봉해서 만든 것과 비교해 가격이 5~6배나 더 비싼 고급건강식품이다. 하지만 토종벌과 서양벌이 만든 꿀과 로열젤리에 어떤 유전적인 차이가 개입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었다. 또 지난 2010년 이후 전국의 토종벌 95%가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으로 폐사하면서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토종벌 군집은 약 7만5000군(1개 군은 여왕벌 1마리와 수천 마리의 일벌로 구성)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대량의 유전자를 빠른 속도로 동시에 해독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법’을 이용해 토종벌 유전체를 6개월 만에 해독한 뒤 각 유전자의 기능과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1만600개 유전자 가운데 토종벌이 꿀과 로열젤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물론 질병의 발병원인을 분석하는데 중요한 면역관련유전자 160개를 밝혀냈다.

또 토종벌이 사회성을 가진 곤충인 개미와 2456개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반면 비사회성 곤충인 초파리나 기생벌과는 공유하는 유전자가 559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 냄새를 인식하는 후각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119개, 미각수용체는 8개라는 것도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토종벌이 사회성을 가지며 다른 곤충에 비해 화학감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냈다. 초파리와 모기는 후각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각각 66개와 70개밖에 안 된다.

권 교수는 “토종벌은 2014년 1월 한우와 함께 토종가축으로 지정됐지만 현재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가 전염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동아사이언스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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