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말 ‘2012년 국가암등록통계’(2년마다 발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통계가 시작된 1993년과 비교해 2012년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기술 발전과 각종 암에 대한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암에 대한 인식이 ‘걸리면 죽는 병’에서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암 중에서도 유독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암이 있다. 1993년과 비교해 5년 생존율이 불과 3.2% 늘어나는 데 그친 난소암이다. 다른 암과 비교하면 난소암은 여전히 그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난소암 치료는 왜 이렇게 정체돼 있는 것일까?
○ 환자 절반 3, 4기 말기 발견, 자각 증상 없어
난소암은 매년 환자가 2000명 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여성 암이다. 발병률은 최근 16년 사이 60% 이상 증가했다. 환자 수가 느는 데 비해 사회적 관심은 낮은 실정이다. 환자끼리 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환우회조차 아직 없다.
평소 건강하다고 느껴 온 주부 김옥경(가명·40) 씨는 최근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 결과를 들었다. 담당 의사는 “난소암 4기이며 치료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몸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암이 이 정도까지 진행된 줄은 전혀 몰랐다.
난소암이 치료가 쉬운 암은 아니다. 난소암은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릴 만큼 조기 진단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의 절반가량이 3, 4기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진단을 받을 때는 이미 암이 복막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까다롭다. 말기로 갈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평소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 이외엔 초기 발견이 힘들다.
난소암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유전성 난소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은 장모와 아내를 난소암으로 잃었고, 지난해에는 딸도 이 병으로 사망했다. 이처럼 유전적 요인 이외에도 배란과 관련해 불임 여성 등이 난소암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 치료 방법도 제한적, 표적치료제는 보험 안 돼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예전부터 이어온 치료 패턴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난소암은 이미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된 상태에서 진단 받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우선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한 뒤 항암 치료로 남아 있는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치료법이다. 수술 후 항암제 치료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는 약 20년 전에 개발된 것이다. 다른 암들이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나오는 등 치료법 개발이 활발한 데 비해 난소암 치료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
난소암에도 다른 암처럼 표적치료제가 있다. 하지만 난소암 표적치료제는 의료진이나 환자에게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한 달 약값이 수백 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암에는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있고, 정부 지원을 통해 약값 부담이 크지 않은 것에 비해 난소암 치료 환경은 척박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난소암 환자는 좀 더 나은 치료 옵션을 바라면서도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한 다른 치료법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4대 중증 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 난치성)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지만 난소암을 포함한 여성 암은 이런 보장성 강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기 대한부인종양연구회 회장은 “난소암은 다른 암보다 투병 기간이 길고 그만큼 치료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 반면 치료 옵션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의료진과 환자가 질환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난소암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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