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같은 병원 풍경… ‘30분 진료’로 환자와 신뢰 형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우리동네 착한 병원]<26>미소를 만드는 치과

서울 마포구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30분 진료는 ‘예방이 최선이며, 치과도 내과적 진료가 중요하다’는 박창진 원장의 철학에서 나왔다. 박 원장이 환자에게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병원 전경.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서울 마포구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30분 진료는 ‘예방이 최선이며, 치과도 내과적 진료가 중요하다’는 박창진 원장의 철학에서 나왔다. 박 원장이 환자에게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병원 전경.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 골목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주택가였던 이곳엔 홍익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카페와 음식점이 점점 늘고 있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마당에 잔디가 깔린 조용한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단독주택처럼 보이는 이곳 입구에는 ‘미소를 만드는 치과’라는 글씨가 곳곳에 적혀 있다.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1층에 치과가 자리하고 있다.

○30분 진료로 소통…“대화가 MRI, CT보다 효과적”


12일 방문한 이곳에서 여중생 김보람(가명) 양이 진료를 받고 있었다. 치아 촬영을 마친 박창진 원장(45)이 김 양에게 치아 사진이 담긴 모니터를 보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식사 뒤 30분이 지나면 입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때문에 산성도가 올라가 치아를 썩게 해요. 언뜻 보면 썩은 이가 없는 것 같지만 조심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박 원장의 설명은 20분 넘게 이어졌다. 박 원장은 김 양에게 △청소년이 즐기는 콜라와 이온음료가 산성이라 치아에 아주 해롭다는 점 △인과 칼슘 성분으로 이뤄진 치아의 속성 △시중에 나와 있는 치약의 문제점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원장은 앞으로의 치료 계획, 입안 세균을 감소시키는 방법, 치아 코팅제 등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료제 성분, 올바른 칫솔질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예방법을 따르면 충치 발생을 80%가량 막을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 양의 경우처럼 이곳에 찾아온 환자들은 의료진과 30분 이상 대화를 나눈다. 30분 진료에 대해 박 원장은 “환자와 생활 습관, 먹는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보다 진단에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디지털의료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환자와의 신뢰 형성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30분 진료를 해도 초진료는 다른 병원과 똑같은 3700원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산병원 외래를 찾은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은 4.2분에 그쳤다. 초진의 경우 5분, 재진은 4분이었다. 다른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기 시간은 길고,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짧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개인 치과의원의 30분 진료는 더욱 돋보인다.

김 양의 어머니 임재희(가명) 씨는 “의사가 자세하게 설명해줘 신뢰감을 갖게 됐다”면서 “친척들에게도 추천해 모두 이곳에 다닌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뢰를 쌓은 환자들은 평생 단골이 된다. 치과의원 대기실에 놓인 일기장에는 다녀간 환자들이 치료 등에 대해 느낀 점을 빼곡하게 담았다. 일기장도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수단이다.

○“치과에도 내과적 진료 중요, 예방이 최고의 치료”

이 병원은 초진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치아 상태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는 ‘치과에도 내과적 진료가 중요하며, 예방이 최고의 치료’라는 박 원장의 진료 철학에서 나온 조치다.

박 원장은 서울 은평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부친에 이어 2대째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개원한 지 16년이 되는 박 원장은 환자와 오랫동안 만나며 예방 진료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상담과 올바른 칫솔질 교육을 강조하는 ‘내과적 예방 진료’가 환자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곳에 들른 환자는 치과라면 이를 갈아내고 때우는 ‘외과적 치료’만 생각하고 왔다가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박 원장은 “환자 중에는 ‘햄버거 가게(외과적 진료)인 줄 알았는데, 감자튀김(내과적 진료)만 파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이 개발한 각종 디지털 기술도 환자와의 소통을 돕는 도구다. 병원이 보급한 무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놓으면 칫솔질을 한 시간을 알려주고, 닦아야 될 부위에 대한 지시 사항이 나온다. 앱에는 의료진과의 일대일 채팅과 진료 일정에 대한 상담 기능도 있다. 박 원장은 신경치료 과정을 게임처럼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설명에 활용한다.

병원 환경에서도 환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병원 대기실에는 벽난로가 자리 잡고 있다. 2층은 카페로 꾸몄으며, 카페 한쪽에는 13m² 규모의 아담한 서재도 마련했다. 진료실은 통유리로 밖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진료 장면을 자주 보면 치과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 선정위원 한마디 “교정치료 유도없이 장시간 상담 돋보여” ▼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30분 진료’에 대해 환자와의 신뢰 형성을 위해 돋보이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욱 위원(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은 “일반진료(비급여진료)인 교정치료로 유도하는 것 없이 그렇게 장시간 상담한다면 진짜 좋은 치과”라고 평가했다.

일부 위원은 이런 장시간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 수가를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동민 위원(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급여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병원 직원의 처우와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경영은 결과가 좋지 못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장시간 진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병선 기자bluedot@donga.com
#미소를 만드는 치과#카페#30분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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