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서울 성수동에 사는 강모 씨(73)는 요즘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터질 듯한 통증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10분만 걸어도 될 길을 앉았다 쉬고 가길 반복하다 보니 40분이 넘게 걸린다. 통증은 허리에도 찾아와 보다 편한 자세를 찾아 몸을 자꾸 굽히다 보니 구부정한 자세가 몸에 배었다. 하루가 다르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발끝까지 시리며 저리자 강 씨는 마침내 병원을 찾았다. 강 씨가 마주한 병명은 이름도 낯선 척추관협착증이었다.
허리에 통증이 오면 흔히 허리디스크를 떠올리기 쉬운데 허리디스크만큼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이란 우리 몸의 뇌에서 시작해 목뼈와 등뼈를 지나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통로다. 이 척추관이 좁아지는 증상을 척추관협착증이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한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를 받쳐주는 관절인 척추후관절이 변형되거나 척추 주변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나 마비를 유발하게 된다. 허리에도 통증이 오지만 다리, 엉치, 발쪽이 더욱 저리고 시리고 아프며 오래 걸으면 다리가 터질 듯 아프다가도 앉아서 쉬면 편해진다. 또한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 허리 통증이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증상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운동요법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비교적 간단한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이 있다.
신경성형술은 가느다란 특수관인 카테터를 염증 부위까지 밀어 넣어 압박된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유착 및 염증, 통증 등을 잡아주는 시술이다. 풍선확장술은 풍선이 내장된 특수 카테터를 삽입하여 증상이 있는 신경 통로에서 풍선을 부풀림으로써 그 폭을 넓혀주는 시술로 척추관 내부를 2∼3배나 넓혀주기 때문에 치료에 효과적이다.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은 부분마취를 하고 20분 내외 짧은 시간 안에 시술을 완료할 수 있어 고령 환자도 치료를 받는 데에 부담이 없다. 또한 시술 중 환자와 대화가 가능해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지면 마비증세를 보이거나 배변장애가 생기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이러한 환자는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수술은 미세현미경감압술이다. 척추 부분마취를 한 후 피부를 1.5∼2cm 정도만 절개하면 돼 부담이 작다. 현미경을 삽입해 환부를 보면서 신경을 누르는 뼈를 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경이나 주변 근육 손상이 적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고령의 환자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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