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풍매화, 자작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등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재채기, 콧물, 코 가려움증이 있는 알레르기 환자들은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직장인 정성민 씨(29)는 벌써부터 겨울이 그립다. 봄만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적지 않은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정 씨는 외출을 되도록 자제한다. 또 집 안에서도 항상 창문을 닫고, 외출 때 마스크는 가장 먼저 챙기는 필수품이다. 그는 “봄만 되면 재채기가 자주 나고, 한번 시작되면 쉽게 멈춰지지도 않아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본다”며 “봄철 워크숍이나 부서 단합대회를 수목원이나 야외 축제같이 꽃가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날리는 곳에서 하자고 할까 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 ‘꽃가루 알레르기’ 감기와 헷갈려
봄마다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람에 꽃가루를 날리는 풍매화(風媒花)다. 자작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등이 봄에 꽃가루를 많이 날리는 대표적 식물이다. 벚꽃, 진달래, 튤립같이 곤충이 수정해 꽃가루를 전파하는 충매화(蟲媒花)는 꽃가루 알레르기와는 상관없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 가려움증, 눈물, 눈 가려움증 등.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이런 증세가 동시에 나타난다. 또 아침에 해뜰 무렵부터 오전 9시 정도까지 증세가 가장 심하다. 심한 경우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같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환자와 주변 사람들은 ‘감기를 앓는다’고 오해한다.
최정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환절기인 봄에 발생하므로 상당수 환자는 자신에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모르고 ‘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왔다’는 말을 한다”며 “매해 봄 감기에 걸린다거나, 봄에 유독 외출 뒤 재채기와 눈코의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들도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된 검사와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장 많이 진행되는 알레르기 검사는 피부와 혈액 검사다. 피부 검사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알레르겐)을 피부에 소량 노출시켰을 때 두드러기와 모기 물림 현상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 버리고 적극 받아들여야
중요한 것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점.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꽃가루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야외활동을 줄이고, 외출했을 때는 긴팔 옷, 마스크, 안경 등을 사용하는 게 좋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외출했을 때 입었던 옷을 곧바로 세탁하고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은 결국 약물치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항염증제와 항히스타민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세를 완화시키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치료제들은 나른함과 졸림 현상도 거의 없다.
조유숙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약물치료의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에 개발된 약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며 “약물치료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병재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건 물론이고 꽃가루가 아닌 다른 원인 물질에 대해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꽃가루가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하기 2, 3주 전부터 관련 약물을 복용하는 ‘선제적 약물 치료’도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증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한편 꽃가루 알레르기를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의 근본 치료법으로 일부에서는 면역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알레르겐을 조금씩 체내에 투여해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그러나 면역 치료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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