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트렉터 수준의 소음이 라디오 소리처럼
지멘스, MRI 장비 소음 100배 이상 낮춰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궁금증을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 서비스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샴푸 하나를 고르는 데도 블로그 후기와 가격 정보 사이트를 샅샅이 살피는 마당에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의료 서비스를 고를 때 더 신중해지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이전엔 주로 어느 병원 의사가 진료를 잘 보는지 알아보는 수준에 그쳤다면, 요즘 환자들은 병원이 보유한 장비의 기종까지도 궁금해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병원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고가의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특히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엔 병원 입장에선 고비용 장비에 대한 지출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의료기기 회사들은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병원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를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보급형’ 장비에 값비싼 프리미엄 장비에만 들어가던 첨단 기술을 적용하거나 신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제품 업그레이드만으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최근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기존 지멘스의 스카이라 자기공명영상(MRI)이라는 의료기기를 업그레이드한 콰이어트 MRI를 체험해 봤습니다.
기존의 MRI 장비로 검사 시 소음의 강도는 약 90∼100 db(데시벨). 이는 트렉터, 농기계 전자톱 등 공사장 소음과 같은 소리입니다. 헤드폰이나 귀마개를 해도 둥둥둥둥둥, 쿵덕쿵덕 울리는 소음은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콰이어트 MRI의 경우 소음이 75 db로 20 db 이상 확 줄였습니다. 소리의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데시벨은 소리 세기의 비를 로그함수로 표현한 값이기 때문에 20 db 이상을 낮춘 것은 기존 MRI 검사 시 발생하는 소음을 100배 이상 낮춘 것입니다. 실제로 경험한 바로는 일반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여서 귀마개를 한 뒤엔 잠이 올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GE헬스케어의 MRI도 사일런트 스캔이라는 기술을 통해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소음뿐만 아니라 인체 내 조직의 영상을 얻기 위해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인 마그넷 부분이 가장 비싸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성능이 향상된 최신형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교체하기도 합니다.
MRI 부품 중 채널 수치가 4채널, 8채널, 16채널 등으로 높아질수록 고화질의 영상을 출력하는 코일(Coil)로 채널 수가 많은 최신 코일만 교체해 기존엔 검사하기 힘들었던 복부와 심장 같은 움직이는 부위의 촬영을 가능케 할 수도 있습니다. 필립스의 경우는 MRI 검사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켜 환자의 심리적,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있습니다.
부분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1999년 출시된 장비가 2013년 출시된 장비와 유사한 성능을 갖출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많이 있어왔으며 한국의 경우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MRI 검사를 받는 환자의 경우 어느 병원을 가든지 비슷한 비용을 지불하는 마당에 MRI의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 또 채널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는 것이 똑똑한 의료 소비자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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