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보릿고개 시절 탄생한 국민 영양제… 꾸준한 리뉴얼로 52년째 사랑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Bio 의약]

유한양행의 ‘삐콤씨’는 대표적인 ‘장수의약품’으로 통한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 비타민 영양제의 대표 품목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삐콤씨는 안티푸라민과 함께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한양행의 리딩브랜드. 제품명 자체가 비타민 B·C 복합제를 의미한다.

최근 비타민 의약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삐콤씨는 벌써 올해로 쉰두 살이 됐다. 2013년에 출시 5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기업들의 인기 브랜드 평균 수명이 15년에 그치는 시장 환경에서 50년을 꾸준하게 대표 국민영양제로 자리매김하며 사랑받아 온 것이다.

보릿고개의 시대, 국민영양제 된 삐꼼씨

삐콤씨의 역사는 유한양행이 1963년 선보인 삐콤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삐콤정의 탄생은 1960년대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전쟁 후 가난의 대명사였던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제대로 된 영양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당시 가난한 국민들은 미국의 원조로 들어온 옥수수가루를 배급받으며 강냉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결국 옥수수 등을 주식으로 하던 이들에게 피부병인 ‘펠라그라’와 같은 비타민B 결핍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옥수수는 체내에서 분해되며 비타민B3(니아신)가 대량 소모되는데, 다른 음식물로 비타민B3를 공급해 주지 못할 때 ‘펠라그라’병이 발병하게 된다. 당시 영양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던 사람들에게 피부병인 펠라그라뿐 아니라 각기병과 구루병 등 비타민B 결핍증이 많이 나타났다.

삐콤정은 유한양행의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특별한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비타민B 결핍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저렴한 값에 건강 증진과 영양을 보급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삐콤정은 그 당시 ‘비타민B 보충은 절대필요’라는 광고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는 해열제, 비타민 등에 합성마약을 넣어 제조한 ‘메사돈 파동’, ‘밀가루 항생제 사태’ 등 의약품 사고로 제약업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모든 제조약품의 성분과 함량을 정직하게 지켜 유한양행의 상징인 ‘버들표’ 자체가 신용의 상징이 되도록 했다. 비타민의 경우 습기와 열 때문에 제조 중 자연 손실되는 것까지 고려해 여유분을 더 넣어 완제품 시 약전에 명기한 함량과 똑같도록 제조했다.

이렇게 발매된 삐콤정은 태생부터 국민건강을 향한 유한양행의 창업정신이 만들어낸 제품이기에 52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영양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새 옷 갈아입고 변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요구도 다양해졌다. 이에 유한양행은 1987년 기존 삐콤정의 성분을 보강하고 비타민C를 12배 증량한 ‘삐콤씨’를 선보였다. 현재의 삐콤씨가 완성된 것이다.

1997년에는 엽산, 비타민E, 철분 등을 보강한 삐콤씨 에프를 선보였다. 이어 2004년 말에는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우루소데스옥시콜린산(UDCA) 10mg과 엽산, 아연 등을 함유한 ‘삐콤씨 에이스’를 내놓았다. 항산화제인 셀레늄과 아연 등을 보강해 성인병 예방과 건강 유지에 더욱 효과적일 뿐 아니라 UDCA 함유로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의 간 기능 회복에도 효과적인 제품이다.

50돌을 맞은 2013년에는 대대적인 제품 리뉴얼에 나섰다. 삐콤씨 리뉴얼 제품은 기존 삐콤씨에 비타민E와 셀레늄 등 항산화 성분을 보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항산화 제품에 관심이 높은 고객층의 요구에 부응하여 대표적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E와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올려주는 필수 영양소인 셀레늄을 보강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12년에 새롭게 출시한 깐깐한 여자비타민 ‘삐콤씨 이브’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삐꼼씨는 또 50돌을 계기로 젊은층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아웃도어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국내 최대 뮤직페스티벌인 ‘지산락페스티벌’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등 젊은 고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직접 대면 홍보를 펼쳤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으로도 마케팅 영역을 확대해 ‘국민 영양제’ 삐콤씨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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