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반장을 만나기 위해 들어선 음란물대응팀은 사무실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직원들 책상에 두세 대씩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는 엑셀이나 한글 파일이 아닌 음란물만 보였다.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들이다. 모두 24시간 활동하는 모니터 요원들이 적발해 신고한 것들로 대부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것이다. 직원들은 신고된 SNS를 분석해 제재를 결정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올리는 일을 한다. 정 반장을 제외하곤 모두 남성 직원들이다.
정 반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면도 있지만 음란물에 더 단호한 잣대를 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SNS에서 음란물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 “사명감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반장은 “매일매일 인터넷과 SNS에서 음란물을 찾아내 삭제하지만 마치 바다에서 물을 몇 바가지 퍼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만 있는 것 같아 힘든 순간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정답은 이용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음란물대응반장 같은 자리는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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