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모두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좋아합니다. 2012년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이 ‘터닝 포인트’가 됐죠.”
8일 일본 고베(神戶) 시 남쪽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에 있는 이화학연구소(RIKEN)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CDB)에서 만난 다카하시 마사요(高橋政代) 프로젝트 리더는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iPS세포 치료제를 상용화시키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면서 주목받았다. iPS세포는 차세대 ‘만능 치료제’로 불린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그를 ‘올해의 10대 인물(Nature‘s 10)’로 꼽았다. ○ 줄기세포 이식수술로 실명 위기 막아
지난해 수술을 받은 환자는 효고(兵庫) 현에 사는 70대 여성. ‘삼출성 황반변성’이라는 난치병 말기로 실명 직전이었다. 삼출성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에까지 혈관이 자라면서 빛이 맺히는 황반을 파괴해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환자의 90%는 실명에 이른다.
다카하시 리더는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iPS세포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이 iPS세포를 혈관으로 파괴된 황반에 이식하기 위해 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켰다.
이식수술은 다카하시 리더의 교토대 의대 동기이자 25년 지기인 구리모토 야스오(栗本康夫) 첨단의료센터병원(IBRI) 안과 총괄부장이 맡았다. 구리모토 부장은 “세포를 한 덩이씩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인 만큼 돼지와 토끼, 원숭이 눈으로 50∼60회 연습했다”면서 “현재 환자는 실명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황반변성 초기 환자에게 iPS세포를 이식한다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日 정부 ‘재생의료법안’ 만들며 전폭 지원
iPS세포의 이식 수술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물심양면으로 연구와 임상을 도운 일본 정부가 있다. 다카하시 리더는 “iPS세포는 일본 과학자가 개척한 만큼 정부가 이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관련 법안을 새로 만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재생의료법안’을 시행했다. 재생의료법안에 따르면 iPS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재생의료 분야 신약은 안전성만 확인되면 조기에 시판할 수 있다. 막대한 돈이 드는 임상시험 때문에 이전까지 엄두를 낼 수 없던 소규모 연구소나 벤처에도 재생신약을 시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덕분에 지난해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하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사건의 후폭풍도 피했다. 오보카타 전 연구원이 이곳 센터 소속이었던 만큼 센터 전체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하지만 iPS세포 임상시험 예산은 줄지 않았다.
다카하시 리더의 다음 목표는 타인의 iPS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타가이식’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iPS세포를 만드는 자가이식은 세포 배양에서 수술까지 최소 10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타가이식의 경우 이 기간을 4개월로 줄일 수 있다. iPS세포를 미리 만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뒤 iPS세포를 이용한 망막 타가이식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타가이식이 가능해지면 수술비용이 1000분의 1로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유전자 치료제 시장 선점
우리 정부는 유전자 치료제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올해에만 이들 분야에 3400억 원이 투입된다. 유전자 치료제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단 1종만 상품화된 상태다.
바이로메드는 피가 통해야 할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하지허혈증, 고혈당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개선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 2상을 마쳤다. 유승신 바이로메드 신사업기획본부장은 “신경 재생을 촉진하고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는 단백질은 체내에서 3, 4분 만에 분해가 된다”면서 “이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DNA’를 유전자 치료제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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