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임신 중 암, 태아 생명도 달려 고난도 의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최근 고령 임신 증가로 임신 중 암 발생률이 늘고 있다. 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4∼2012년 이 병원을 찾은 임신부 4만7545명 중 91명이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1994∼1999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12명, 2000∼2005년은 33명, 2006∼2012년은 46명이었다. 최근 환자 수가 1994∼1999년에 비교해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서동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암 치료는 윤리적, 의학적 딜레마가 함께 발생하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임신 중 암이 언제 발견되느냐에 따라 태아 생존과 산모의 건강을 저울질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신 중 암 치료법 가운데 복부 이외 부위의 수술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 하지만 복강 내 수술은 임신 초기에는 수술 뒤 조산할 위험이 높아 임신 중기 이후에 권장한다. 복강경 수술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임신 18∼20주 이상은 자궁이 커져 수술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어렵다. 항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에는 유산, 자궁 내 성장 지연, 조산의 위험이 크게 늘어 시행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는 태아에게 치명적이므로 태아를 포기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서 교수는 “임신 중 암이 생기면 무조건 아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며 “진단에 이용되는 영상검사와 조직검사는 태아에게 영향이 미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신 중이라도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임신 중 암#태아 생명#고난도 의술#최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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