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유무 관계없이 흡연 자극…담배와 같은 수준 규제강화 필요”
판매점들 위장 마케팅 성행…‘금연 도우미’ 오해하기 쉬워
“금연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강영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일반인들은 일반 담배 못지않게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모른다.”(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바로 전자담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담뱃값 인상, 음식점 내 흡연 전면금지 등 올해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담배 규제 정책이 ‘금연 문화 확산’, 나아가 중·장기적인 흡연율 감소로 이어지려면 전자담배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실제로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66t이었던 전자담배 용액 수입량은 2월 말에 이미 그 절반 수준인 31t을 기록했을 정도.
○ 의료진 97% “전자담배 해롭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계에서 전자담배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자담배가 금연용 △패치 △껌 △사탕처럼 ‘금연 보조제’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월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6%만이 전자담배가 ‘해롭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료진 97.0%(33명 중 32명)가 ‘해롭다’고 답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에 비해 일반인들이 전자담배를 안이하게 인식하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로는 전자담배 판매점들의 적극적인 금연 보조제 ‘위장 마케팅’이 꼽힌다. 서울지역 곳곳의 전자담배 판매점을 돌아보면 출입문 앞에 ‘전자담배! 금연의 시작입니다’ ‘발암물질 NO’ 같은 문구가 적힌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금연 시작’ ‘금연 보조제’란 홍보 문구도 창문 등에 붙어 있다
이런 문구와 달리, 니코틴이 포함돼 있는 용액을 쓸 경우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다르지 않다. 중독성이 있고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금연 구역에서는 피울 수 없는 등 ‘담배 규제 정책’을 똑같이 적용받고 있다.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홍보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최근 전자담배 판매점들이 금연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전자담배 판매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보건당국이 보다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도 규제 강화해야
니코틴 없는 용액을 쓰는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건당국은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닌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놓은 상태. 이에 따라 니코틴 미함유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금연 구역에서도 피울 수 있다.
문제는 전자담배에 니코틴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현장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니코틴이 들어 있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에 걸리면 ‘니코틴 없는 용액을 사용했다’고 우길 수 있다. 단속의 어려움과 흡연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란 이유 때문에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총회에서는 니코틴 함유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짜 담배’가 아니더라도 겉으로 봤을 때 담배를 피우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청소년을 비롯한 비흡연자들의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며 “흡연 행위를 최대한 보기 힘들게 만드는 게 담배 규제 정책의 세계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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