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슈퍼히어로 군단 ‘어벤져스’가 이번엔 가공할 인공지능 ‘울트론’에 맞선다. 끊임없이 자신을 복제하는 울트론은 가상의 동유럽 국가 ‘소코비아’의 한 도시를 공중 부양시킨 뒤 떨어뜨려 지구를 멸망시킬 계획을 세운다. 어벤져스는 이번에도 무사히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소재로 삼은 과학기술의 허와 실을 따져봤다.
○ 슈퍼히어로 구한 인공피부
출연 자체로 화제를 모은 배우 수현은 한국계 천재 생명공학자 닥터 조로 등장한다. 어벤져스 요원이 전투 중 치명적인 상처를 입자 닥터 조는 첨단 인공피부 기술로 그를 회생시킨 뒤 “부인도 알 수 없을 만큼 감쪽같다”며 자화자찬한다.
실제로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은 온도, 압력, 습도까지 느낄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우수한 실리콘 고무에 압력센서, 온도센서, 습도센서 그리고 소재가 늘어나는 정도를 감지하는 변형률센서를 달아 사람의 피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느끼도록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 분석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피부 중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팀은 쥐의 신경에 인공피부를 연결해 인공피부가 느끼는 감각을 뇌에까지 전달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인공피부를 도색해 진짜 피부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서 “5년 내에 인공피부가 의수나 의족을 덮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 내동댕이쳐 인류 멸망시킬 수 있나
도시 하나를 수십 km 들어 올린 뒤 내동댕이치겠다는 악당 울트론의 지구 멸망 계획은 다소 황당하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름 100km의 도시를 성층권 높이인 약 30km까지 들어 올려 자유낙하 시키면 전 지구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한 국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경우 동서 간 거리가 약 30km이며, 경기도는 130km 정도다.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은 지름이 10km만 돼도 전 지구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충돌 속도가 초속 5km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도시가 소행성보다 지름이 10배가량 크지만 자유낙하 속도가 소행성의 100분의 1 정도여서 피해가 작다”면서도 “자유낙하가 아니라 영화에서처럼 지표면을 향해 가속시킨다면 지구 멸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울트론의 뇌는 뉴로컴퓨터일까
영화 속 울트론의 인공지능은 최강이다. 인간의 뇌가 수만 개의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해 네트워크를 이루며 작동하는 것처럼 울트론의 사고 회로는 각 부분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된 것처럼 묘사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도 영화 속 울트론의 뇌처럼 사고하지 못한다. 그나마 무수히 많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해 사람의 뇌처럼 연산을 처리하는 ‘뉴로컴퓨터’가 가장 비슷하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뉴로컴퓨터는 사람의 뇌를 모방한 것”이라며 “1초에 3경 번 연산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2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사람의 표정을 읽지 못하는 반면 사람의 뇌는 슈퍼컴퓨터의 100만분의 1의 전력만으로도 온갖 표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IBM은 프로세서 4096개를 이용해 시냅스 2억5600만 개를 가진 뉴로컴퓨터를 개발했고, 12월에는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형상 변형 메모리를 이용해 뉴로컴퓨터를 제작했다. 이들 뉴로컴퓨터는 사람이 쓴 글씨를 인식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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