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이상한 냄새 날까 걱정”… ‘변실금’ 수술없이 치유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배변 조절하는 직장·근육·신경 장애로 발생
식이·약물·운동요법으로 90% 치료 가능

《 주부 김모 씨(53)는 2013년부터 친구와 친척 모임에 나가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 또 사람들과 가까이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걸 피한다. 이유는 ‘변실금’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변을 지리는 증상을 의미하는 변실금을 김 씨는 2013년부터 겪어 왔다. 하루 5∼10번 변을 지리는 김 씨는 2년간 병원을 다녔지만 증세는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말이 나올까 봐 늘 두렵다”고 말했다. 》

근육 손상부터 설사와 변비 등 원인 다양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에 비해 변실금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변실금 환자는 6266명으로, 2008년에 비해 57.1% 증가했다. 50세 이상 환자 수가 4833명으로 전체의 77.1%였고 여성이 60.2%를 차지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환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2% 정도가 변실금을 겪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15% 정도가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엔 더 많은 사람이 변실금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실금의 경우 환자 파악부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이길연 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변실금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변실금이 있다는 것을 극도로 숨기려 한다”며 “의사에게조차 증상을 자세히 털어 놓는 경우가 드물어 정확한 환자 파악조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변실금은 배변을 조절하는 직장의 구조에 장애가 발생했거나 항문 근육과 신경이 손상됐을 때 주로 발생한다. 그러나 직장과 항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이 경우 감염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설사 유발 약물 남용 등이 원인일 때가 많다. 또 변이 배출되지 않고 쌓이다 넘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치루 수술과 출산을 경험한 뒤 항문 괄약근이 약해져서 변실금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변실금 치료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변실금이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90%는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

변실금은 일반적으로 식이요법 약물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가령 설사로 인한 변실금일 경우 설사를 멈추고, 배변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변팽창성 약물과 변연화제 등이 처방된다. 또 소화가 잘되고, 배변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실금이 있을 때 많이 시행되는 케겔 운동은 변실금 환자에게도 필요하다. 복부근육이나 엉덩이 근육은 사용하지 않고 항문, 질, 요도를 조이는 효과가 있는 케겔 운동은 특히 노인층 변실금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전기 센서가 달린 기구인 탐침이나 풍선을 항문에 삽입해 항문 근육을 강화하고, 감각을 되살리는 치료법인 전기자극 치료도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식이요법 약물요법 운동요법 등으로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땐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변실금 환자의 90%는 비수술적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수술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 수술로는 손상된 괄약근을 다시 이어주는 괄약근 성형술이 꼽힌다.

최근에는 천수신경조절술이 많이 쓰인다. 이 수술은 괄약근과 골반저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천골신경에 미량의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법이다. 국내에서도 신의료 기술로 승인을 받았고 경희대병원에서 처음으로 수술이 이루어졌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이식형 의료기기를 환자 체내에 이식한다. 입원 없이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다만 체내에 이식된 의료기기의 배터리 소모로 인해 평균 4∼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의료기기로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변실금은 그냥 놓아둘 경우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이고 악취 등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도 생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같은 정신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다양한 치료로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직후 곧바로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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