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금씩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오기도 하지요.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내려다보면 이런 땅의 움직임이 잘 나타납니다.”
김상완 세종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위성에 탑재된 영상레이더(SAR)가 핵심”이라면서 “영상레이더를 이용하면 도심 싱크홀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 이스라엘, 미국서 영상레이더가 싱크홀 잡아내
첨단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위성은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지상으로 쏜다. 전파는 땅에 닿으면 반사돼 다시 위성으로 돌아온다. 이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지표의 일정 지점까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수년간 이 데이터를 쌓으면 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거리가 짧아졌다면 지표가 솟아올랐다는 뜻이고, 거리가 길어졌다면 땅이 가라앉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위성은 전파를 이용하는 만큼 밤에도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서 “점점 침하하는 지표가 나타난다면 이는 싱크홀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위성이 싱크홀 발생을 예측한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인공위성 ‘코스모-스카이메드(COSMO-SkyMed)’를 이용해 염분이 많아 사람이 누우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한 소금 호수 사해(死海) 인근의 싱크홀 전조현상을 2012년 잡아냈다.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부터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영상레이더를 무인기에 달아 루이지애나 주의 지표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2012년 루이지애나 남부 배이유 콘 지역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해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실제로 그해 8월 NASA가 예측한 지점에서 넓이 10만 m², 깊이 약 200m인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 ‘아리랑 5호’ 도심 싱크홀 감시 활용 가능
도심형 싱크홀의 경우 X밴드 레이더가 도심 지역의 지형 정보를 고해상도로 나타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과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이 도심형 싱크홀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최근 위성의 공간 해상도가 수 cm 정도로 높아지고 관측 주기도 짧아지고 있어 싱크홀 발생을 예상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운용하는 위성 중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건 2013년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유일하다. 아리랑 5호에는 파장이 몇 cm인 X밴드 레이더가 달려 있다. 정형섭 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아리랑 5호가 보내오는 영상을 분석해 도심 싱크홀이 발생하기 쉬운 곳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현재 아리랑 5호가 28일 주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만큼 발사 후 3년 정도 지나면 싱크홀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관측과 함께 현장에서는 싱크홀을 직접 찾아다니며 조사하는 탐사도 병행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면투과레이더(GPR)를 땅속에 쏜 뒤 반사파를 분석해 싱크홀을 찾는 방식이 있다. 또 지표에 시추공을 뚫은 뒤 시추공을 통해 지반의 온도를 재고 주변 지하수의 수위 변화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방법도 싱크홀 예측 기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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