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모기의 성(性)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뎅기열과 황열처럼 모기가 전파하는 전염성 질병의 예방책으로 암컷을 ‘성전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재커리 에덜먼 버지니아공대 곤충학과 교수팀은 뎅기열과 황열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21일자에 밝혔다.
뎅기열과 황열은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황열은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지만 뎅기열은 아직 백신이 없다.
연구진은 암수 중에서 암컷만 흡혈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집트숲모기에서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기로 했다. 모기의 경우 사람처럼 Y염색체가 있고, 연구진은 Y염색체에서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닉스(Nix)’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닉스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 이 유전자는 모기의 발생 초기 단계에서 발현해 성별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생식기 발생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령 암컷 이집트숲모기에게서 닉스 유전자를 발현시키자 암컷에서 수컷 생식기가 나타났고, 수컷의 닉스 유전자를 망가뜨리자 수컷 생식기가 사라진 개체가 나왔다.
에덜먼 교수는 “유전자를 조작해 모기 암컷이 태어나지 않게 만들거나 아예 성전환을 시켜 뎅기열과 황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안드레아 크리산티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수컷만 태어나도록 만든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하기도 했다. 배아 단계인 수컷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성체가 된 뒤에도 X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유전자가 조작된 수컷을 정상인 암컷과 교배했을 때 태어나는 자손의 95%가 수컷이었고, 암컷이 줄어들면서 모기 전체 개체수도 급감했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는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면서도 “완벽한 방제를 위해서는 자연계에 있는 모든 모기에 적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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