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담배 광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만큼 담배 제조사들은 오래전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간접적으로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의 광고를 선호해 왔다는 뜻이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담배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도구 중 하나로 명품 느낌을 주는 담배 광고가 꼽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담배회사들의 광고에서 직접 제품이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글로벌 담배 브랜드인 ‘말버러’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후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드는 카우보이가 광고에 등장한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는 것과 말버러라고 쓰여 있는 문구 외에는 어디에서도 담배 광고란 걸 알기 힘들다.
이 담배가 최근 글로벌 시장용으로 선보이는 광고 역시 콘서트 현장과 데이트 중인 연인 등 담배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많다. 광고 한쪽에 담뱃갑이 그려져 있고, 경고문구도 적혀 있지만 전체적으로 담배 광고라는 것은 알기 어렵다. 담배의 유해성 역시 알기 힘들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는 여성을 겨냥해 화장품과 향수 등이 연상되는 식의 광고를 선보이는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 브랜드들도 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광고에 일부 담배 이미지와 경고문구가 들어간다고 해도 전체적인 이미지상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봤을 땐 ‘멋있다’ ‘매력적이다’란 느낌이 들지 유해성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런 담배 광고가 청소년, 나아가 비흡연자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광고를 통해 담배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지고, 오히려 호기심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담배를 마치 ‘명품 패션용품’ 같은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미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들은 광고를 안 해도 알아서 담배를 찾는다”며 “담배 광고는 철저히 미래 담배 소비자, 특히 10, 20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담뱃값을 인상했고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를 담은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는 최근 담배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일단 복지부는 편의점 등에서 담배 광고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서울지역 초중고교 300m 내에 위치한 편의점 9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담배를 진열한 곳이 59.3%(575곳)나 됐다.
한편 담배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명은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 교수는 “유명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담배 등도 젊은층에게 ‘멋있다’ 차원을 넘어 ‘건강하다’ 식의 완전히 그릇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미래 세대의 건강 증진 차원에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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