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비가 많아 거짓말 조금 보태 이맘때 농어촌 하늘은 절반이 까맸었는데 언제부턴가 도통 볼 수가 없다. 제주도에 갔다가 투숙한 중문지구 내 호텔에서 창공을 바라보다가 노닐고 있는 제비 두 마리를 발견했다. 2015년 5월 23일 아침에 일어난 실로 사반세기 만의 사건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는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의 유명한 소설 제목이다. 발그스름한 줄기 속 새콤달콤한 싱아를 기억하는 이는 이제 매우 드물다. 싱아가 귀한 줄 모르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이 제목보다 더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싶다. 싱아는 그래도 주변에서 여전히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호랑이 반달가슴곰 늑대뿐 아니라 여우 따오기 뜸부기 딱따구리 황새 제비 반딧불이 쇠똥구리 등은 우리 곁을 떠나버린 지 오래됐다.
환경이 오염되고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야생 동식물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15분마다 생물종이 한 종씩 사라진다고 한다. 심지어 제6의 대멸종(인류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들도 나온다. 제6의 대멸종은 ‘인간’ 때문에 일어나고 있어 해법도 인간이 찾아내 실행해야만 한다.
남은 시간은 충분할까. 그린혁명을 주창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코드 그린(Code green)’에서 “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와, 시간은 이미 늦었고 문제의 규모가 압도적이라는 예민한 인식 사이를 걸어가야 한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환경과학자 애모리 로빈스가 추도사에서 언급한 한 구절 “지금 시작하면, 시간은 충분하다”를 인용함으로써 낙관의 편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 희망은 아직 있다. 우리가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지체 없이 결단해 실천한다면 말이다. 작금의 환경문제는 생물다양성 훼손에 머물고 있지 않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촌의 문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구현은 한국에 특히 화급한 문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은 허상이요, 허망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현세대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악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람들이 ‘우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늘은 스무 번째 맞는 ‘세계 환경의 날’이다.
20년 후 우리 후세대는 과연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돌아볼까.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이기심일 것이다. 그릇된 이기심(직계의 먼 후손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심)이 문제다. 올바른 이기심(직계의 먼 후손까지도 생각하는 이기심)은 결정적 환경문제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다. 이타심까지 욕심내지는 않더라도 올바른 이기심을 견지한다면 우리에겐 아직 시간도 있고 희망도 있다.
미래세대의 희망과 행복을 꺾어가면서까지 우리의 욕심과 행복을 추구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시작해 후세대에게 현세대 못지않게 그들의 꿈과 끼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금수강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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