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가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흥행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동물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5일 ‘생체공학 동물 무기를 보기 위해 꼭 ’쥬라기 월드‘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동물 연구의 실태를 다뤘다. 영화에 포악한 육식공룡인 ‘인도미누스 렉스’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연구가 미국 국방부를 중심으로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영화에서 과학자들이 ‘인도미누스 렉스’에 카멜레온 유전자를 심어 위장술을 쓰게 한 것처럼 한국 과학자들은 10여 년 전에 해파리 유전자를 고양이 피부세포에 넣어 형광 고양이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에 나오는 공룡의 크기 등에서 과학적 오류가 지적되기는 하지만 동물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생명공학을 이용하는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2013년 ‘프랑켄슈타인 고양이’라는 책을 쓴 프리랜서 과학전문기자 에밀리 앤디스 씨의 연구를 소개하며 특히 곤충을 이용한 감시 장비 개발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전했다. 앤디스 기자는 2006년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과학자들에게 감시 장비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곤충 사이보그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인물이다.
앤디스 기자는 이 책에서 “DARPA는 초소형 비행체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연 상태의 곤충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실제 곤충을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최근 10년간 곤충의 뇌에 전기자극을 줘 멈춤, 출발, 선회 등의 명령을 내리고 작업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상태까지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래 세대는 어릴 적에 컴퓨터가 아니라 생명체를 고치고 놀면서 자라게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실험실이 아니라 차고나 다락방, 실험 동호회 등에서 취미로 유전자, 뇌, 신체를 갖고 실험하는 ‘바이오해커’ 집단도 점차 자라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쥬라기 월드가 창조한 공룡은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를지 모르지만 생명공학이 발전하는 방향만큼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이미 우리는 동물의 군사적 활용이 불가피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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