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영구정지, 정말 뜻밖의 결정이다. 그 누구도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해 정부가 영구정지를 권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7년 원자로에 불을 지핀 이후 38년간 전기를 공급하며 빛과 편의를 제공했다. 한국 경제 발전에도 혁혁한 기여를 했다. 해외 원전들은 60년도 사용하는데 아직까지 전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원전을 영구 정지한다는 결정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도 많은 고민 끝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내린 결정일 것이다. 원전 정지는 단지 멈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해체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세계 588개 원전 중 영구정지 원전은 150개에 이른다. 이 중 해체 완료된 원전은 고작 19개에 불과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와 해체를 모멘텀으로 2030년 이후 본격화될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대비할 수 있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의 성공적인 완수는 한국 원전산업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원전 해체시장 규모를 1000조 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영구 정지하기로 결정된 고리 1호기를 이용해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한국이 해체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현재 영구 정지함으로써 발생되는 경제적인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구정지 및 폐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원전 해체 역량은 선진 해체기술국 대비 70%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상업용 원전 해체 관련 규정도 명확하지 않으며 해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등 풀어야 할 이슈들도 아주 많다. 고리 1호기를 본격적으로 해체하기 전 최소 5∼6년간의 사용후핵연료 냉각시간이 필요한 만큼 2020년경까지 부족한 기술 확보 및 제도 정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2차 계속운전을 추진하기에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고 또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도 영구정지 및 폐로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체기술 확보’와 건설-운영에 이은 해체 및 폐기물 관리라는 ‘원자력 전 주기의 완성’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 결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고리 1호기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원자력의 역사이다. 국내 원자력 업계는 그동안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기술 자립화와 해외수출 등 괄목상대할 발전을 이뤄 왔다. 이제는 원전산업의 마지막 고리인 해체 및 폐기물 기술 확보를 통해 ‘원전산업 전 주기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고리 1호기는 끝이 아닌 최초의 완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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