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40년간 한국인의 쓰린 속 달랜 ‘대한민국 대표 위장약 겔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Bio의약]

겔포스는 1975년 액체 위장약이라는 생소한 약품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올해 6월 발매 40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매년 약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대표 위장약’으로 큰사랑을 받고 있다.

1969년 당시 보령제약 김승호 사장은 일본 제약전문지의 선진국 의약품 업계 시찰 행사에 초청돼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다.

국내에서는 들어 보지 못한 새로운 의약품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그중에서도 짜 먹는 위장약이 눈길을 끌었다. 알약이나 가루약밖에 없던 시절 현탁액(미세한 입자가 물에 섞여 걸쭉한 형태) 형태의 위장약은 김 사장에게도 생소했다.

보령제약은 1972년 3월 프랑스의 제약사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프랑스 제약사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던 위장약은 전 세계에서 무려 10억 포 이상이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효능 효과를 볼 때, 국내에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었다. 맵고 짜게 먹는 게 습관화되어 있는 한국인의 식성뿐 아니라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야근, 스트레스, 음주 등 위장병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위장질환은 광복 후에 고혈압, 심장병과 더불어 3대 주요 질환으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령제약은 1972년 기술 제휴를 체결한 후 철저한 기술 도입 및 검증 과정을 거치며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해 1975년 6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겔포스는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가 합쳐진 이름이다. 겔포스는 너무 많이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쓰림, 더부룩함 같은 증상을 완화한다.

‘수사반장’ 형사들 “위장병 잡혔어”


겔포스는 곧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1970년대 중반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이른 아침 출근해 통행금지 직전 귀가하던 중노동 시대였다. 1년 내내 이어지는 과로를 쓴 대포 한잔으로 날리는 것이 근로자들의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어났고,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에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됐다.

4년 만인 1979년 매출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보령제약이 겔포스를 생산하기 위해 안양에 지은 6611m²(약 2000평) 규모의 공장은 단일 제약공장 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다. 안양공장 옥상 광고탑엔 ‘겔포스’ 딱 세 글자만 걸렸다.

겔포스는 1980년대 초반 ‘위장병 잡혔어’라는 카피로, 80년대 중후반에는 수사반장 시리즈의 광고 콘셉트로, 90년대 초반에는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라는 카피의 광고 등으로 꾸준히 소비자 인지도를 유지해 나가면서 시장의 경쟁력을 이어왔다.

콜로이드 타입의 제재 흡착성 강해

겔포스는 액체가 유동성을 잃고 고정화된 상태, 즉 콜로이드(Colloid) 타입의 제재다. 콜로이드 입자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입자에 다른 분자나 이온이 붙기가 쉬워 흡착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콜로이드 제재인 겔포스는 두 가지 겔(Gel)로 되어 있는데, 그 하나는 인산알루미늄겔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 겔인 팩틴(Pectin)과 한천(Agar-Agra)을 결합한 겔이다. 이 두 성분이 상호작용과 보완을 통한 우수한 피복작용으로 위산이나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고 궤양 발생 예방 및 상처 부위를 보호한다.

겔포스의 뒤를 이어 2000년 새롭게 선보인 겔포스엠은 겔포스의 성분 및 효능효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에서 4년여의 연구개발과 2년여의 임상실험을 거쳐 탄생한 겔포스엠은 위보호막 형성작용이 더욱 강력해진 것이 특징이다.

1975년 출시된 겔포스는 이제 마흔 살이 된다. 그동안 팔린 겔포스는 16억5700만 포(국내 판매 기준)로,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4바퀴 이상 감쌀 수 있는 양이다. 겔포스의 국내 제산제 일반의약품 시장점유율은 58.4%, 상표선호도는 82%, 소비자인지도는 98.2%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약이 됐다.

겔포스는 또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또한 중국에서 일반의약품 허가, 국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겔포스의 효능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다”며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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