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규섭]포털의 ‘공식 반론란’ 신설 재고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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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최근 청와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정부 부처와 기업을 위한 별도의 ‘공식 반론란’ 신설을 발표했다. 각 부처 및 기업에 아이디를 부여하고 언론사는 재(再)반박하는 글을 올리게 한다고 한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의 양상을 보면 청와대나 정부의 고충이 이해는 간다. 과열 경쟁으로 자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방적 논조로 취재원을 비판한다.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하다. 최소한 기업은 광고주의 입지를 활용해 이를 견제할 수 있으나 정부 부처는 ‘권력 감시’라는 미명 아래 속수무책이다. 미국 정치학자 토머스 패터슨은 이러한 현상을 “고장(Out of Order)”으로 규정하고 언론을 사회 전반에 걸친 신뢰 추락의 주범으로까지 지목했다.

이를 감안해도 ‘공식 반론란’ 발상은 과도한 편의주의다. 우선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반론란을 통한 여론전 가능성은 언론에는 심적 압박이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에는 더더욱 그렇다. 재정이 취약한 언론사는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형평성 확보도 불가능하다. 왜 정부 부처와 기업에만 반론 기회를 보장하는가? 일반인들이야말로 언론의 일방적 비판에 취약하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이들이다. 또 반론권을 부여하는 범위도 모호하다. 반론권을 보장할 기업은 매출 규모로 정할 것인가? 정치적 균형을 위해 야당도 당연히 반론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독립적 입법기관이니 전원 반론권이 주어져야 한다. 기준이 무엇이든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모든 취재원이 ‘반론권 아이디’를 부여받는다면 현재의 댓글 체계와 차이가 없다.

포털에 공식 반론란을 만드는 것은 언론사와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를 제공해야 할 의무라도 있나? 또 포털에 자주 방문하는 유권자만 반론을 접하는 폐단도 나타날 것이다.

사기업인 포털에 왜 정부가 나서서 이런 엄청난 정보유통 독점권력과 경제적 이득을 줘야 하는지도 정당화하기가 어렵다. 포털들은 언론사로부터 헐값에 기사를 제공받아 트래픽을 유입함으로써 막대한 광고수입을 올린다. 해외에서는 볼 수 없는 기형적인 수익모델이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포털들은 유력 언론사들과는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고 나머지 언론사들에는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생명인 이 업체들의 대표직을 법조계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맡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국내 최고 IT 콘텐츠 기업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포털에 반론란까지 만들어 준다면 정부와 포털 간의 유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포털업체가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반론란 신설을 발표한 것 자체가 기형적이다.

반론란 신설은 엄청난 추가적 트래픽 유입 효과도 있다. ‘싸움’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끄는 소재다.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반론을 왜 포털에 게재하도록 제도화해야 하는가? 언론사들이 어떠한 혁신을 하더라도 자체 사이트로 트래픽을 유입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 후발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두 업체의 독과점적 지위를 정부가 비호해 주는 결과가 된다.

언론의 과도한 비판에 노출된 정부로서는 포털에 반론란을 신설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언론도 그동안의 보도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포털에 엄청난 특혜를 줌으로써 빚어질 부작용이 너무 크다. 재고돼야만 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
#포털#공식 반론란#신설#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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