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소변-피만 봐요” … 도핑과의 전쟁 24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국내유일 KIST 도핑컨트롤센터 가보니

7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이블 위에는 소변이 담긴 병들이 즐비하고, 연구원들은 기계를 돌리고 모니터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이곳은 ‘도핑컨트롤센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공인한 국내 유일의 도핑 검사 센터다. 올해 프로축구 강수일(제주), 여자 프로배구 곽유화(흥국생명), 프로야구 최진행 선수(한화)의 도핑 사실이 모두 이곳에서 적발됐다.

3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광주U대회)가 시작되면서 최근 도핑컨트롤센터는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권오승 센터장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소변 676건과 혈액 50건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들이 소변의 산성도와 밀도를 분석하는 자동측정기에서 소변 샘플을 꺼내고 있다. 소변은 도핑 검사의 가장 기본적인 시료로 사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들이 소변의 산성도와 밀도를 분석하는 자동측정기에서 소변 샘플을 꺼내고 있다. 소변은 도핑 검사의 가장 기본적인 시료로 사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 영하 30도로 냉각시켜 금지 약물 성분 추출

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소변검사다. 소변에는 우리가 바르고 먹고 주사하는 약품 가운데 분자량이 작은 화학물질들이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녹아 있다. 가령 근육을 키워 주는 남성호르몬 계열 약물은 소변에서 대부분 검출된다. 최근 최진행 선수도 소변 샘플에서 스테로이드 계열 합성 약물인 스타노졸롤이 나오면서 도핑테스트에 걸렸다.

금지 약물 성분은 원심분리 과정을 거쳐서 분리해 낸다. 소변에 유기용매를 섞은 뒤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소변과 유기용매가 두 층으로 분리된다. 이를 영하 30도의 냉각 장치에 넣으면 소변만 얼기 때문에 유기용매만 쉽게 떼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용매만 휘발시키면 용매에 녹아 있던 금지 약물 성분만 남는다.

손정현 선임연구원은 “한번에 금지 약물을 약 200종까지 판별할 수 있다”면서 “보통 큰 대회의 경우 도핑테스트 결과를 짧게는 하루, 길어도 3일 이내에 완료해 달라고 요청받는다”고 말했다.

○ 항원-항체 반응으로 도핑 단백질 찾아

소변검사만으로는 도핑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다. 과거에는 도핑 약물이 마약이나 흥분제 등 분자량이 작은 합성화합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체내 단백질 구조와 비슷한 고분자 화합물도 많다. 소변에서는 고분자 화합물의 농도가 낮아 검출이 잘 안 되므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혈액검사의 핵심은 항원-항체 반응이다. 특정 단백질(항원)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단백질(항체)이 달라붙는데, 도핑에 이용되는 다양한 단백질(항원)의 항체가 혈액과 반응할 경우 도핑 양성 반응으로 규정한다. 권 센터장은 “마라톤이나 수영 등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혈액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수를 늘려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혈을 하는 등 다양한 도핑 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WADA는 주요 선수들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소변과 혈액검사를 실시해 호르몬과 적혈구 등의 성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선수 생체여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스파이 시료’ 분석 통과해야

현재 WADA가 세계적으로 공인한 도핑 센터는 31개국 34곳이다. 인증 절차는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1년에 세 차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공인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상반기와 하반기 불시에 ‘스파이 시료’를 보내 분석 능력을 확인하는 ‘불심 검문’도 거쳐야 한다.

실제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도핑컨트롤센터(LADETEC)는 2013년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아 도핑 센터 인증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도핑 검사는 스위스에서 진행됐다. 올해 브라질 도핑컨트롤센터는 인증을 통과해 내년 리우 올림픽 도핑 검사는 맡을 수 있게 됐다. 권 센터장은 “이번 광주U대회 시료 중에도 스파이 시료가 섞여 있을 수 있다”면서 “시료 접수부터 분석 결과 처리까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광주U대회에 처음 적용하는 등 첨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소변#피#도핑컨트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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