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정부의 후속 조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29.4% 늘려 610억 원으로 편성하고, 감염 관리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감염 예방과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10일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예산 확충과 함께 감염병을 유발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원인들을 살펴 법정 감염병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감염원인 미생물을 최대한 제거하고 위험성에 따라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관리법이기 때문이다. 세균성 감염병에 비해 치료법이나 백신 개발이 힘든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 대한 연구와 철저한 사전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방접종 지원 정책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과 만 12세 이하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영유아 대상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매년 지원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기준 무상접종이 가능한 백신은 BCG(피내용), B형 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 모두 14종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일본뇌염 생백신, 폐렴구균 예방백신, A형 감염이 추가했다. 이 예방접종은 모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국가가 전액 무상 지원한다. 이외에 기타 예방접종에 포함된 예방 백신은 부모 재량에 맡겨져 있는데, 로타바이러스(RV), 수막구균(MCV4) 등 비교적 발병 빈도가 잦거나 발병 시 사망률이 높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질병의 백신은 위험성을 살펴 추가 지원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영유아 중 면역력이 약해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미숙아(임신 37주 미만 출생아 또는 출생 시 체중 2.5kg 미만 영유아)나 선천성 이상아 대상 감염 예방은 국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령,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 등에게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호흡기 바이러스(RSV) 감염 예방 주사의 경우 고가에 전액 무료인 영유아 국가예방접종과 달리 보험 급여가 돼도 부모 부담이 42%나 된다. 그나마 32주 이후에 태어난 미숙아는 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메르스 사태로 경험했듯 감염병은 일단 발생하고 확산되면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예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메르스 사후 대책방안에는 감염병 예방 지원 체계의 재정비도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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