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지질전문가의 마지막 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빛 없는 2.5km 심해에도 미생물 생존”…‘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 참여
故 박영수 지질자원硏 박사 논문… 별세 1년 뒤 ‘사이언스’에 실려

고(故) 박영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12년 ‘지큐호’에 승선했을 당시 모습. 고인이 당시 탐사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24일 자에 실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고(故) 박영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12년 ‘지큐호’에 승선했을 당시 모습. 고인이 당시 탐사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24일 자에 실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시추선 지큐(地球)호의 항해 일정이 결정됐습니다. 우리 중 누가 탑승하시겠습니까?”

2011년 7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과학자들은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IODP)’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본 선박 지큐호의 7번째 항해에 함께할 한국 대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항해를 시작하면 두 달간 육지를 밟지 못하는 데다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힘든 일정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때 고(故) 박영수 책임연구원이 자원했다. 그는 연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듬해 7월 지큐호에 승선했다. 당시 나이 60세. 이후 항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리해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이 24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연구원은 자신의 마지막 논문 게재 사실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박 연구원은 해저 2.5km에서 석탄층을 채취해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간 과학자들은 생물이 살 수 있는 해저 하한선이 1km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성록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심해와 같은 극한 환경에 사는 해저 생물은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생물의 진화 과정을 파악하는 열쇠가 된다”면서 “박 연구원은 지큐호에서 타국의 젊은 과학자들을 독려하며 주도적으로 연구를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해저 탐사를 통한 기후변화, 생물권, 지질 연구 등은 한 국가나 기관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한국 IODP 대표인 김길영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IODP 탐사에 참여하면서 세계 과학자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2013년부터는 신(新)IODP가 시작돼 2023년까지 탐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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