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는 지난달 14일 “메르스로 인한 업계 피해액이 6, 7월 최대 3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의료기기협회도 7일 “6, 7월 업계 월매출이 평균 18.5% 감소했고, 이 기간 직접 피해액 규모가 38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의료기기는 이 기간에 병원의 검사나 수술이 아예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업계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릎과 척추 등 급하지 않은 수술은 물론이고 암이나 심장병 등 중증 수술의 수도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메르스 확산지로 부분 폐쇄 조치됐던 삼성서울병원은 평소 하루 150여 건에 달하던 수술이 메르스 사태 당시 10건 미만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정부의 메르스 피해 지원 추가경정예산은 의료기관에만 해당돼 제약과 의료기기 업계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과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가격 인하도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면 5000여 개 품목의 약과 의료기기 4000여 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인하된다. 이에 한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9일 “인하 조치를 1년 유예해 달라”는 요청서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7일 “인하 계획을 아예 철회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나흥복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실장은 “의료기기 업계는 제약업계의 30% 규모에 불과한데, 메르스로 인한 피해액은 비슷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기기의 가격마저 인하된다면 업계는 고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창언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장은 “가격 인하를 위한 원가 조사는 지난해 진행했고, 현재 그 조사를 바탕으로 어떻게 인하 조치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유예할 것인지, 철회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메르스로 인해 관련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포함해 업계에서 요구하는 바가 합리적이라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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