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환자의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그곳 의료진과 통화를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옮기는 것은 전화 한 통화로 이뤄지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많은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집 근처 병원으로, 혹은 치료를 더 잘한다는 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 이럴 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우선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입원한 상태가 아니라면 의사 소견서 하나로 충분하지만, 입원했을 경우 먼저 옮겨 갈 병원에 관련 과가 있는지, 비어 있는 병실이 있는지, 인공호흡기 등 현재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기가 준비돼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때 보호자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옮길 병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현재 주치의에게서 전원의뢰서를 발부받아 치료받을 병원의 의료진에게 보내준다. 미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진료의뢰서 외에 의료기록과 방사선 검사의 결과 등도 보내주는 게 좋다. 환자 본인이라면 신분증이 있어야 의료기록 등을 복사할 수 있고, 대리인의 경우 환자의 공인된 위임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간혹 이런 절차 없이 응급실을 통해 바로 병원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필자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던 한 노인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다른 병원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다”고 말해 퇴원을 시켰다. 그런데 환자는 그날 밤 타고 갔던 응급차로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알고 보니 아들은 옮겨 갈 병원의 응급실로 무작정 찾아갔고, 결국 환자는 대기만 하다가 돌아온 것. 즉 옮겨갈 병원이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가 됐을 때 옮겨야 환자에 대한 치료가 지속될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한 후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병원을 옮기는 도중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설 응급이송단의 앰뷸런스를 이용하는데,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의료진이 따라가야 한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주치의가 결정한다. 따라서 이동 중 의료진 동행 여부를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병원을 옮길 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고 미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원하는 병원으로 가는 건 환자의 당연한 권리다. 다만 중환자나 응급환자라면 되도록 한 병원에서 위험한 고비는 넘기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옮기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