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익 교수 영남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겪는 증상이 배탈이다. 여름철이면 누구나 한번쯤 식중독이나 장염에 의한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설사와 복통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혈변까지 있다면 단순한 배탈이 아닌 염증성 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 질환은 위와 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혈변을 동반한 만성 설사와 복통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혈변은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대변을 참지 못하는 대변절박증과 식욕부진, 쇠약감, 발열 등도 자주 나타난다. 크론병의 경우 전체 환자의 30∼50%에서 항문 주위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질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염증성 장 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이 환경, 혹은 질환 유발 인자에 노출돼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고 증폭되면서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식습관의 서구화와 역설적이게도 위생 상태 개선이 있다. 위생이 좋아질수록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증성 장 질환은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장이 좁아지고(협착) 구멍(누공)이 생기는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질환은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번에 확진을 내릴 수 없다.
의심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면 문진과 혈액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의학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결과를 해석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염증성 장 질환은 항염증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항생제 등 약물을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한다. 최근 장내 염증과 관련된 특정 분자나 경로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면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항 TNF 제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제가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에 도입되면서 치료 목표가 증상 호전에서 점막 치유로 바뀌게 되었다. 특히 유병 기간이 짧은 환자를 조기에 치료할수록 증상 개선과 점막 치유, 더 나아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 질환은 계속 치료하고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고 증상도 없는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또 질환을 일찍 발견해서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치료 경과가 좋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바로 의사를 찾아 적절한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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